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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주노동 대열 ‘강제 합류’
[Cover Story] 노동 속에 갇힌 네팔 어린이- ③ 외국으로 팔려간 유오저나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김요한 hyimangjoa@hanmail.net

네팔-인도 간 국경 지대에서 성행… “성산업 종사하거나 정신병 얻기도”

네팔 어린이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송출 산업의 공급원이 되기 시작했다. 네팔-인도 간 국경 지대에서는 어린이들이 나이를 감춘 채 외국으로 보내지고 있다. 어린 이주노동자에겐 아픔만 남겨지기 십상이다.

   
최근 어린이의 나이를 속여 이주노동자로 인도 지역 등지로 송출하고 있는 네팔 동부 섭더리 지역의 한 마을 모습. 집 앞에 어린이 노동자들이 깨놓은 돌이 수북이 쌓여 있다. ‘희망의 언덕’ 제공.

섭더리(네팔)

네팔 어린이 노동자들이 외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현재 네팔에서는 국외로 떠나는 이주노동자의 나이를 18살 이상 성인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나이를 속이고 외국에 나가는 어린이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나를 비롯해 ‘희망의 언덕’ 활동가들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자동차로 15시간쯤 떨어진 동부 섭더리에서 14~16살 아이들이 송출회사에 의해 국외로 팔려나가는 사례를 확인했다.

어린이 노동자의 국외 송출은 우선 부모들이 아이의 나이를 속이고, 이를 송출회사가 눈감아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어린이 노동자 송출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자국 내에서 노동권과 인권보호에 취약한 어린이 노동자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 나갈 경우 더 큰 인권침해 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출회사 직원 마을 돌며 인력 모아

섭더리는 210가구 1200명 정도가 주거하는 강 옆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선 450여 명의 어린이 노동자가 돌깨기 노동에 종사하고, 마을 총인구의 15% 이상이 인도를 포함해 말레이시아, 두바이, 중동 여러 국가와 한국 등에 이주노동을 다녀온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이주노동 상태다. 섭더리는 굶주림을 피해 산악지대와 농촌에서 흘러드는 이민자들에 의해 날이 갈수록 동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강 옆에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섭더리에서는 인력 송출회사 직원들이 마을을 돌며 사람을 모으는 장면을 보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송출회사 직원들은 국외 이주노동을 통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여성 중심으로 인력을 모집한다.

처음에는 인력 모집이 성인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엄마·아빠가 이주노동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생활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모가 해외로 일을 떠나면 남겨진 어린이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보살핌도 없는 가운데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엄마·아빠가 아닌 어린이가 이주노동자가 돼 국외로 떠나는 이야기를 접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이제 아이들은 부모들과 송출회사의 욕심으로 외국에서까지 어린 육체를 혹사당하고 있다.

‘희망의 언덕’에서 지원을 받던 소녀 유오저나 더르지(16)는 지난해 여름, 어린이 노동자에서 이주노동자로 탈바꿈했다. 외국의 거친 노동현장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다. 유오저나는 어린이 노동자로 오랜 세월 돌 깨는 작업을 해온 탓에 돌먼지가 폐에 쌓여 건강이 나빠졌다.

그러나 유오저나의 엄마는 딸을 외국에 보낸 것이 열악한 형편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에요. 빚도 많습니다. 밥을 먹으려면 일을 해야 하니 어쩌겠습니까? 아프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엄마는 딸이 어떤 송출회사를 통해서 갔는지, 정확히 어느 나라로 갔는지도 모른다. 유오저나는 송출된 지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까지 소식이 없지만, 엄마는 어린 자식이 돈을 벌어올 거라고 믿고 있다.

물론 모든 어린이 이주노동자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성인 이주노동자로 쿠웨이트로 떠난 딜라 라이(19)는 5년 전 14살이 되던 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노동을 떠나 가정부로 일했다. 다행히 딜라는 지난해 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딜리가 5년 동안 모아온 돈은 총 1200달러였다. 딜라는 한 달 쉬고는 다시 외국행을 선택했다.

아직까지는 어떤 경로로 미성년인 어린이 노동자가 이주노동자로 외국에 나가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동 등지에서 이주노동 가정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도를 통하거나 여러 불법적 방법을 통해 어린이들의 이주노동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 혼란으로 인한 공공부문의 부패는 아동들의 이주노동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또한 마을을 돌아다니는 인력 송출회사 직원들이 ‘외국에 나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로 부모들을 설득하고, 일부 부모가 그에 동조하는 것이 어린이 노동자 송출의 출발점인 것으로 보인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 부모들은 어린 자식을 성인으로 속입니다. 송출회사도 이를 알지만 모른 척하고 필요한 서류를 만듭니다. 네팔은 출생 기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네팔의 최대 노동조직 지폰트(GEFONT)의 스미리티 라마 간사의 말이다.

공공부문 부패 국외 이주노동 부추겨

스미리티 간사는 어린 소녀 노동자들이 외국에서 모두 딜라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라며 큰 아픔을 겪고 돌아온 소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는 외국에 가서 실종되기도 하고 정신병자가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성산업에 종사하기도 하는데, 고향에 돌아와서는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는 결혼하는 데 많은 장애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 노동자가 이제 자기 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부모들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동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부모가 겪은 아픔을 더 어린 나이에 경험하게 된다.
노동에 갇힌 네팔 어린이들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 역사의 흐름을 따라 발달했다고 믿는 인간 이성이나 경험의 진보는 무용지물처럼 느껴진다. 그곳에서는 강자와 약자,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강한 어른과 약한 어린이의 세계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세계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어린이들은 위로부터 흘러든 강자들의 부정의와 그들이 만들어낸 고통의 무게를 감내하는 자로 남겨져 있다. 연약한 어린이들의 힘겨운 노동 위에 세워진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강한 나라와 부자, 그리고 어른들이 내려오지 않는 한 인간의 진보는 한낱 신기루일지 모른다.

아직도, 하루의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며 기도하던 14살 소녀 비나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돌은 나에게 아름다워요. 돌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먹을 것을 주거든요. 우리는 일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꿈인 사회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때는 동네 사람들에게 싸우지 말고 서로 잘살자고 말할 거예요.”

언제쯤 인류는 가난한 이 지구촌의 아이들에게 그들이 어린이로서 누려야 할 최선의 것을 줄 수 있을까?

김요한 바보들꽃공동체 ‘희망의 언덕’ 활동가 hyimang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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