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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노동’에 신음하는 아이들
[Cover Story] 노동 속에 갇힌 네팔 어린이- ④ 세계 어린이 노동자 현황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김요한 hyimangjoa@hanmail.net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어린이 노동자 집중… ‘금지론 대 보호론’ 해소 방법 팽팽

전세계에는 여전히 2억 명이 넘는 어린이 노동자가 존재한다. 일부 어린이 노동자는 산업혁명 초기인 19세기 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바투 강변에서 돌 깨는 노동을 하는 비나가 손에 쥔 노동의 대가.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전세계에서 2억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노동자로 일한다고 밝혔다. ‘희망의 언덕’ 제공.
“내가 8살 되던 해, 한 남자가 우리 고아원을 찾아왔다. 그는 우리에게 예절 바른 인사와 함께 부모 없는 우리를 위해 멋진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공장주였는데 자기 공장에서 일하면 멋진 정장에 스테이크와 흰 빵을 실컷 먹을 수 있고, 공장 주인의 말을 타고 공원을 산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우리는 서로 앞다퉈 지원했다. 그러나 진실은 곧 밝혀졌다. 공장에 도착한 순간 우리 꿈은 산산이 깨졌다. 우리는 매일 검은 빵 한 덩이와 물로 하루 끼니를 때워야 했다.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은 적이 없었다. 일하면서 갖가지로 들볶이고 매질을 당하고, 견디지 못해 도망치다 붙잡히면 쇠사슬로 묶여 채찍질을 당했다.”(계몽사, <학습만화 세계사> 14권, ‘자유와 민족주의의 물결’ 중 ‘경제 번영의 그늘’ 편에서)

19세기 초 영국 공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 로버트 블링코가 남긴 기록이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21세기에 이른 현재에도 전세계에서 일하는 어린이 수가 2억1천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19세기 초 소년이 남긴 것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어린이 노동자는 1억1500만 명에 이른다.

ILO는 ‘어린이 노동’에 대해 어린이의 건강을 해치고,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게 방해하며,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막을 수 있는 일로 정의한다. 즉 아동들이 급여를 받거나 혹은 받지 못하거나 18살 이하의 아동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받을 만큼 건강을 해치고, 교육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노동에 종속됐을 때 이를 ‘어린이 노동’이라고 부른다.

어린이 노동자는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그중에도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인데, 5∼14살 어린이 중 41%가 노동에 종사한다. 아시아에 21%, 카리브해 지역에 17%다. 그러나 아시아는 인구가 많아 아동노동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게다가 아시아에서는 위험 노동에 종사하는 어린이 인구가 6200만 명에 이르러, 전세계 어느 지역의 어린이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 노동의 일차적 원인은 빈곤인데, 아시아에 많은 빈곤국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ILO는 빈곤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문화, 불안한 정치 상황 등이 어린이 노동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아시아의 어린이 노동은 ‘아시아의 부국’으로 알려진 일본·대만·홍콩·한국 등 소수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 남아 있다. 그동안 인도문화권 지역인 인도·네팔·방글라데시·파키스탄과 타이의 주변 국가들이 어린이 노동이 극심한 지역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비약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자본주의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으로 인해 일부 음지에서 어린이 노동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 7월 광시장족 자치구 난닝시에서 밝혀진 9살 어린이 등 미성년 노동자들이 불법 고용돼 착취된 사건이다. 이곳 통조림 공장들에서는 9~13살 어린이로 일손을 충당했다. 기업주들이 어린이들에게 준 하루 임금은 한국돈 100원에 불과했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어린이 노동자 비참함 지속”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서는 축구공 꿰매는 노동에 종사하는 파키스탄 시알코트의 어린이 노동자 착취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1996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축구공을 꿰매는 어린이 모습이 세계에 전해지고, 199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어린이 노동으로 생산된 축구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2004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5∼14살 어린이 4930만 명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2000년보다 약 130만 명이 늘어난 수이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의 어린이 노동자들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된다. 2006년 8월 <뉴욕타임스>는 “잠비아의 9살배기 소년 알론 반다가 일주일에 6일을 채석장에서 변변한 망치도 없이 축구공만 한 돌을 쪼아 가루로 만드는데, 보름쯤 지나 한 가방을 채우면 겨우 3달러를 받을 뿐”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케냐에서는 커피 수확 노동자의 3분의 1가량이 14살 미만 어린이들로 채워지고 있다. 탄자니아 어린이 2만5천여 명은 플랜테이션이나 광산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이외에 남미에는 약 3천만 명의 어린이 노동자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러시아와 옛 소련 연방국가,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어린이 노동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데이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은 어린이 노동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기 비슷하지만 다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어떤 이들은 어린이 노동이 빈곤국들의 정치적 불안과 빈곤, 문화적 악습이 원인이라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본 집중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특히 국가 간 빈부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물결 아래에서는 어린이 노동자의 비참함이 지속되고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하면 대략 두 가지 관점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관점은, 지금 당장 어린이 노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어린이 노동의 원인을 냉혹한 부모나 악덕한 기업주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의 사람들은 국가 간 압력이나 제재, 이른바 강대국 소비자들의 실력 행사 등으로 어린이 노동을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것은 변화의 동력이 모두 힘있는 국가나 국민의 실력 행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의 맹점은, 그들이 실력 행사를 했을 때 어린이 노동을 통해 이윤을 누리는 기업주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변화의 주체인 어린이와 그 사회가 이 변화의 운동에서 소외됨으로써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은, 어린이 노동 자체는 꼭 나쁜 것이 아니며 노동하면서 인간적 권리를 함께 유지하는 쪽으로 변화를 주장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나라마다 문화적 관습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점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한 어린이들이 노동하면서 교육받을 수 있고, 또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어린이 노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고, 온건한 이런 관점으로 어린이 노동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어린이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두 가지 입장은 모두 나름의 근거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어린이 노동자 인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 김요한 바보들꽃공동체 ‘희망의 언덕’ 활동가 hyimang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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