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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한 구조가 아동노동 양산
[Cover Story] 노동 속에 갇힌 네팔 어린이- ⑤ 강선규 ‘희망의 언덕’ 대표 인터뷰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김보근 tree21@hani.co.kr

내전 치열했던 2005년 지원 시작…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노동 찾게 해주고파”

‘희망의 언덕’ 강선규 대표는 어린이 노동 문제의 해법으로 교육을 강조한다. 어린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힘도, 어른들이 세계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는 힘도 교육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희망의 언덕’ 강선규(47·사진) 대표는 2005년 네팔의 내전이 가장 치열했던 시절부터 이 단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네팔 어린이 노동자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희망의 언덕은 초기 이주 산재노동자 자녀와 어린이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어린이 노동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한 뒤 어린이 노동자 지원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삶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어린이 노동자 학교 보내기, 상담, 캠프, 자체 어린이 노동자 교육교재 발간, 쉼터 설치, 대안적 공동체 형성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희망의 언덕’ 제공.
‘희망의 언덕’은 어떤 단체인가?

네팔 어린이 노동자를 돕는 운동단체다. 애초 희망의 언덕은 실천하는 기독청년들의 모임 ‘바보들꽃공동체’의 한 프로젝트였다. 1989년부터 활동한 바보들꽃공동체는 외국인노동자 피난처 운영 등 이주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출발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제3국에서 산재 등 어려움을 당하고도 보상받지 못한 채 고향에 돌아간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자녀와 네팔 어린이 노동자들에게 학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2005년 처음으로 어린이 20명을 선정해 학교보내기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어린이 노동자 문제에 집중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자녀 문제에서 출발

네팔의 어린이 노동자 수와 그 실태는 어떠한가?

네팔 정부는 2010년 자국의 어린이 노동자 수가 210만 명 정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어린이 노동자 지원활동을 해온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네팔의 인구조사가 정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많게는 500만 명 정도의 어린이 노동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린이 노동자들은 다양한 노동에 종사한다. 돌 깨는 작업부터 벽돌공장, 가정부, 성산업 등 거의 분야를 가리지 않고 80여 종에 이른다. 특히 네팔에는 노예노동 등 국제노동기구(ILO)가 최악의 아동노동이라고 규정한 형태도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거나 부정기적으로 다니고, 임금 역시 숙식을 대가로 전혀 받지 못하거나 많아야 하루 1달러 정도에 그친다.

2008년 네팔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5∼14살 어린이 중 일하는 어린이의 비율이 34%에 이른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인데, 네팔에 어린이 노동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세계 10대 최빈국 가운데 하나라는 네팔의 경제상황 속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생존의 논리, 비숙련노동이 필요한 산업구조, 빈곤, 문화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네팔의 높은 이주노동자 비율이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1월 네팔 임시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 비율이 전체 국민의 10% 정도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 비율을 20%까지 높게 잡는다. 성인 인구의 10명 중 한두 명이 해외로 나가니까, 값싼 어린이 노동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성인들은 부유한 나라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을 떠나고,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은 그 빈자리를 메우며 노동하는 것이다.

정부군이 검문한 뒤 반군이 또…

네팔 어린이 노동자 지원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희망의 언덕이 본격적으로 네팔 어린이 노동자를 돕기 시작한 것은 2005년이다. 네팔 내전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 수많은 NGO들이 철수하던 때다. 하지만 희망의 언덕은 어려운 때일수록 외부 지원이 필요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너무 어려운 시기였다. 네팔 곳곳이 통행금지였고, 한번 이동하려면 여러 차례 차에서 내려 검문을 받아야 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정부군에게, 어떤 지역에서는 반군에게…. 2006년 11월 내전이 종식되면서 떠나갔던 NGO들이 다시 돌아와 현재는 많은 외국 단체들이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희망의 언덕에서는 주로 어떤 지원활동을 벌여왔나?

노동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현재 희망의 언덕이 지원하는 아이는 50여 명이다. 한번 선정된 아이들은 원래 의무 교육 기간인 10학년까지는 물론이고, 이후 우리나라 고등학교 2~3학년에 해당하는 칼리지에도 본인이 시험에 합격하면 졸업 때까지 지원한다.

이 기간에는 단순히 재정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상태와 가정환경의 변화를 살핀다. 어린이 노동자들은 부모가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경우도 많은데, 아이들 환경을 안정시키려면 부모를 치료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경우도 많아서 영양제를 공급한다.

지난해부터 카트만두에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 어린이들에게 발생하는 극심한 학대나 인신매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어린이 노동자 캠프도 진행했다. 어린이 노동자 캠프는 단순히 학교에 보내는 것과 짧은 방문 상담만으로는 어린이 노동자들이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개척해나가도록 교육하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해,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만나기 위해 시도하게 됐다. 캠프 기간에 아이들은 어린이답게 논다.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기본적인 보건 및 노동 교육뿐만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회를 발견하게 하는 교육을 한다. 3년마다 실시하는 것이 목표이고, 2014년에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한 삶’ 가르칠 교재 제작에 심혈

네팔 어린이 노동자를 위한 교재가 완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희망의 언덕은 현재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원고를 써서 어린이 노동자 교재를 만들고 있다. 어린이 노동자를 위한 교재를 만드는 이유는 네팔 어린이 노동자들이 처한 특수 상황에 맞춰 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아갈 힘과 의식,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두 번의 캠프 경험을 통해 보통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맞춘 교재로는 어린이 노동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가르치기 어렵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웃을 사랑하자’고 했을 때, 그것은 관념적인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네팔의 어린이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구체적인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 아이들은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고, 나아가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자신과 상대방을 사랑하는 법을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했다. 교육 교재는 ‘나·너·우리(공동체)’라는 3가지 기본 주제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재미난 활동을 통해 담아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소유하기보다는, 내면의 힘을 기르고 이웃 사랑을 꿈꾸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재 1권의 제목은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이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자각하고, 또한 사랑하고 꿈꿀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하기 위한 내용이다. 마지막 단원에는 ‘꿈꾸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네팔인 먼주 타파를 소개한다. 먼주는 돈을 벌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왔지만, 사고를 당해 손가락 3개를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손가락 셋을 잃었지만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겪은 고통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운 경험을 통해 인간의 행복이란 타인을 돕게 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앞으로도 네팔 현지의 평범한 영웅 이야기를 찾아내 동화로 만들어낼 것이다.

어린이 노동자 교재 발간은 장기 과제인데, 현재 1권의 한국어판 편집이 끝났다. 이를 네팔어나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다. 네팔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어린이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되었으면 한다.

어린이다운 생활, 문맹에서 벗어난 생활이 목표

이런 활동들을 통해 희망의 언덕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 목적은 어린이들이 노동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어린이다운 생활을 하고,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 목적은, 첫째 희망의 언덕이 지원하는 어린이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음을 꿈꾸며 실현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어린이나 성인이나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국제적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도구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땅에서 희망을 가지고 일하며 건강한 노동의 의미를 발견하며 자신과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삶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의 미래를 바꾼다. 그들이 좀더 좋은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린이 노동자들이 교육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좀더 큰 틀에서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할 수 있으리라는 의미다. 그것이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목표가 단순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학교 보내기 운동은 계속해가겠지만, 다양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공동체 형성 등 대안적 삶의 모델을 연구하고 시도할 것이다. 
 
정의와 자선 구분하는 자세 필요

네팔 활동에서 희망의 언덕이 가장 경계해야 하고, 또 제3세계에서 유사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정의’와 ‘자선’을 구별해야 한다. 우리 활동을 자선활동으로 정의한다면 수혜를 받는 사람을 대상화하고, 그들을 그 상황에 안주하게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가난한 이들에게 그냥 물건과 돈을 뿌리는 활동은 안 된다. 어린이 노동자를 돕는 사람들도 어린이 노동이라는 문제가 가족, 지역 공동체, 국가, 전세계로 이어지는 부정의한 구조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어린이 노동자도 스스로 그런 상황을 깨닫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네팔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보편적 가치일 수 있다. 또한 네팔은 얼마 전까지 전세계에 남은 유일한 힌두교 종교국가였고, 이 나라에서는 낮은 신분의 카스트에 속하면 차별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직선적으로 접근하면 그들이 전통문화와 전통가치에 대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에서 겸손하고 지혜로운 접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외부에서 들어간 단체나 활동가들의 중요한 과제다.

희망의 언덕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많이 고민하는 과제는 아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적 삶의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과 삶이 가능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네팔에서 어린이 노동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생존 논리만 남은 탓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팔에서는 약자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좀더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기술, 즉 적정 기술을 토대로 한 경제적 자립, 정의와 평화를 중시하는 윤리의식을 공유하는 마을 등 지역 공동체의 형성이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대안적 삶이 이루어지면 거기서 어린이들이 적정한 수준의 노동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노동과 개인의 삶이 건강하게 연결되고 그것이 이웃의 삶과 평화롭게 연결되는 대안이 될 수 도 있다.

/ 김보근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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