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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로 거슬러 올라가는 맹신
[Life]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③ ‘비타민 신화’ 승리의 역사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마르쿠스 그릴 economyinsight@hani.co.kr

나치시대에는 국가가 주도… 지금은 기업이 인위적 수요 창출

‘비타민 신화’의 역사는 비타민C에서 시작된다. 비타민C는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막아주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과일 저장 등이 쉬워짐에 따라 수요가 줄어드는 듯했다. 이때 나치 정권이 병사들에게 비타민제를 대거 보급하며 수요가 살아났다.

   
‘비타민 신화’는 독일과 미국이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SS 총사령관 하인리히 힘러(왼쪽) 사령관의 주도 아래 군인들을 상대로 비타민제가 보급됐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노벨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오른쪽)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타민 신화를 퍼트렸다.

약국과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들여다보면 비타민 제품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이 아직도 학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연방영양연구소(Bundesforschungsinstituts fur Ernahrung)의 대표 표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10%가 신진대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광고하는 비타민B 보조식품을 복용하고 있고, 900만 명 이상이 비타민E와 칼슘을 ‘정신적 능력 향상’을 위해 혹은 포장에 쓰인 대로 ‘뼈를 강화하기 위해’ 알약 형태로 복용하고 있다.

가장 사랑받는 비타민은 여전히 비타민C다. 인구의 약 13%, 즉 1100만 명이 주기적으로 비타민C를 건강보조제로 복용하고 있다. 비타민C의 역사는 비타민 승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나치, “체력은 국력” 비타민 보급

스위스의 역사학자 베아트 배치는 그의 박사 논문 ‘모든 이를 위한 비타민C!’에서 어떻게 아스코르빈산이라는 물질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량생산 제품이 되었는지 짚어보고 있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약품 대기업 로체는 이미 처음부터 비타민C의 수요가 있을지 의심했다. 물론 비타민C가 장기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예방해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1930년대 이후 선원들은 더 이상 대규모 소비그룹을 형성하지 못했다.

1934년 로체는 비타민C 생산을 시작했고, 이 제품은 ‘레독손’(Redoxo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됐다. 하지만 1936년 로체의 직원은 의사들 중 전문가들이 비타민 치료를 거부한다면서 심지어 80%는 비타민 알약을 비웃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회사 내부 문서에는 “먼저 비타민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써 있었다. 비타민C의 주기적 복용은 터무니없는 짓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로체에는 다행히도, 나치가 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을 때 병사들에게 비타민C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1944년 독일군은 비타민C 200t을 주문했는데 그중 65t은 스위스에서 납품했다고 베아치 배치는 기술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대학 의약사 분과에서 역사학자 하이코 슈토프는 지난 몇 년간 비타민에 대해 연구했다. 몇 주 뒤에 비타민의 역사에 대한 그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슈토프는 “국가 사회주의(나치)에서 비타민은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치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 원인이 영양실조로 인한 국민의 체력 저하에도 있다고 생각했다. “비타민의 역할은 독일 국민의 육체를 내부부터 강화해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천연 약품이라면 무엇이라도 환영하던 SS 총사령관 하인리히 힘러의 영향 아래 나치는 다카우 수용소에서 자체적인 비타민C 연구 프로젝트를 조직했다. 그리고 곧 전선의 병사들에게 ‘V-드롭스’라는 비타민 사탕이 보급됐다. 제3제국 보건부는 전쟁 중인 1942년에 보조식품과 약품 때문에 독일 민족의 건강과 능력이 하락하지 않았다고 만족스럽게 보고했다.
 
   
자료: 독일영양협회(DGE), 세계보건기구(WHO)

나치 몰락 이후에도 질긴 생명력

하지만 비타민 신앙은 나치의 몰락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 1970년대에 화학자이자 노벨상 2회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C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폴링은 그의 말년을 비타민C 대량 복용이 감기뿐만 아니라 심장마비와 암을 예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매일 18g의 비타민C를 복용했는데, 이는 권장량의 400배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그는 93살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1990년대에 폴링의 연구소에서 일한 독일인 의사 마티아스 라트가 고함량 비타민 정제에 대한 이 기괴한 이론을 독일로 도입해 <동물에겐 왜 심장마비가 없는가> 같은 책을 통해 유명하게 만들었다.

라트는 그의 비타민 정제가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9살 소년 도미니크 펠트를 비롯한 많은 사례를 통해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라트의 비타민 정제 선전 도구로 이용된 이 소년은 2004년 11월 앓고 있던 뼈암으로 사망했다.

라트는 네덜란드에 설립한 회사 ‘라트 박사의 건강 프로그램’(Dr. Rath Health Programs)을 통해 지금도 고함량 비타민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이 논란 많은 의학자는 <암: 국민병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들고 또다시 독일 전역을 순회했다. 그는 노련하게 거대 제약업체가 비타민 정제를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즉, 비타민 신봉자들은 사악한 대기업에 대항하는 투사이고, 라트 자신에 대한 비판은 모두 대기업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는 말이다.
 
노벨상 수상자까지 비타민 과대망상

실제로는 대부분의 비타민 제조업체 뒤에는 제약업계의 유명 기업들이 있다. 종합비타민제 브랜드 ‘센트룸’은 피처의 소유이고, ‘압타이 비타민’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테테셉트’는 메르츠제약, 임산부용 비타민제 ‘페미비온’은 독일 기업 메르크에 속해 있다.

스위스 기업 로체는 이와는 다르게 8년 전 유럽연합(EU) 유럽위원회로부터 ‘8회의 비밀시장 분배 및 가격담합 행위’로 인해 4억6200만유로의 벌금을 선고받은 뒤 비타민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EU 위원회의 관점에서 보면 로체는 BASF와 함께 비타민에 너무 비싼 가격을 매겨 전세계 소비자를 착취하는 ‘담합의 제안자이자 주동자’였다. 당시 EU 공정거래위원회 감사 담당관이던 마리오 몬티는 두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한 사례 중 ‘가장 극악한 카르텔’이라고 했다.

지금도 스위스 바젤시 인근에 위치한 옛 로체 공장에서 여전히 비타민이 생산되고 있지만, 공장 벽에는 더 이상 로체가 아닌 DSM의 로고가 걸려 있다. 이 네덜란드 기업은 2003년 로체의 사업을 인수해 세계 최대 비타민 제조업체가 되었다.

현재 DSM은 영양 부문에서만 30억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7억유로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23%의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다국적 제약 기업이나 거대 은행과 비슷한 규모다. DSM 고객에는 네슬레·코카콜라·크라프트·유니레버 같은 세계 최대의 식품 제조업체가 포함돼 있다.

DSM은 비타민 제조 공장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장 책임자가 기자의 방문을 싫어했다. DSM은 연구소에서 만프레드 에거스도르퍼 같은 학자와의 면담만 허가했다. 에거스도르퍼의 명함에는 간단히 ‘수석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그는 전세계 비타민 사업의 막후 조종자와 같은 인물이다.
 
   
공고화된 ‘비타민 신화’는 한국 사회에도 퍼져 있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의 공중파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왼쪽), 유명 연예인도 비타민 보충제 광고를 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가운데). 비타민 성분을 섭취나 복용이 아닌 몸에 발라도 효능이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오른쪽).  뉴시스.

2010년대 비타민 르네상스

그는 근 20년간 BASF의 비타민 부서에서 일한 뒤, 1999년부터 로체에서 비타민 연구 책임자로 일했고, 2003년 DSM으로 이직했다. 에거스도르퍼는 “1990년대 중반 흡연자 연구 이후 비타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쟁시장이 단순명백해졌다. 비타민C처럼 간단히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은 오늘날 80% 이상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비타민C 가격은 현재 1kg당 15유로 정도이지만 비타민B7이나 B12는 약 800유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방국가에서는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절반이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매출이 정체된 추세라고 에거스도르퍼는 인정했다.

그 때문에 DSM에 새로운 비타민 결핍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듯하다. 자사 홈페이지에 DSM은 “유럽에서 오늘날 인구의 대부분이 비타민을 너무 적게 섭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가 고농축 비타민을 복용해야 하는지 열거해놓았다. 불균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 육체적 피로도가 높은 사람(예를 들어 운동으로 인해), 피임약을 먹는 여성, 생리 중인 여성, 임신 중인 여성, 수유 중인 여성, 채식주의자, 흡연자, 노인 그리고 환자. 한마디로 거의 모든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소리일까? 실제 독일 국민은 비타민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칼스루에의 연방 영양 및 식품 연구소, 막스 루브너 연구소 소장인 게르하르트 레흐케머보다 더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레흐케머는 그의 사무실 안에 놓인 긴 나무 테이블 앞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탁자 절반은 다양한 전문 의학잡지의 기사로 덮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물병과 사과주스, 그리고 오렌지주스병이 놓여 있었다. 레흐케머는 독일인이 일반적인 식품 섭취만으로도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식품은 과거의 식품보다 영양소가 적어 품질이 더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슈피겔>의 의뢰로 TNS가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 대상의 42%가 옛날 식품이 더 많은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 견해는 녹색당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레흐케머는 그것이 비타민 제조업체들이 퍼트린 헛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농지는 충분하고 선택적인 비료 투여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더 기름지다고 한다.

비타민 A·E·B1·B2·B12, 그리고 비타민C의 경우 대다수 사람들의 섭취량이 일일 필요량의 100∼200%에 도달해 있다. 오직 비타민D만 결핍 현상이 보이는데, 비타민D는 육체가 스스로 생산해내는 비타민이라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3∼10월에 매일 15분씩 야외로 나가는 것뿐이라고 레흐케머는 말했다. 이것이 현대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자외선 차단의 단점이다. 자외선 차단으로 인해 육체가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를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소수 예외 중의 하나로 레흐케머는 갓난아기에게 1살이 될 때까지 비타민D를 복용하라고 한다. 그가 크게 걱정하는 것은 몸 대부분을 옷으로 감싸는 풍조가 점점 더 강해지는 젊은 이슬람계 이민 여성들이다. 이 소녀들은 실제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성장장애까지 발생할 정도로 햇빛을 쐬지 못한다.

독일영양협회(DGE)는 비타민D의 충분한 섭취를 통해 노인들의 골절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얼마 전 새로운 권장량을 발표했다. 또 햇빛을 너무 적게 보는 사람들에게도 비타민D 제제 복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학잡지 <자마>(Jama)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험에 참가한 2256명의 70살 이상 여성 중에서 고함량 비타민D를 복용한 여성들은 플라시보 그룹보다 넘어졌을 때 더 자주 골절상을 입었다.

또한 레흐케머는 가임기 여성에게 엽산 복용을 권고한다. 이는 태아의 신경관 손상 위험을 예방한다. 오늘날에도 독일에는 매년 700여 명의 선천적으로 신경관 형성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미국에서는 밀가루에 엽산을 첨가하기 시작한 이후로 신경관 손상 기형아의 출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레흐케머는 대대적인 엽산 첨가는 반대한다. 노인들이 엽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장암의 전 단계인 장폴립이 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레흐케머는 독일에서 매년 2만5천 명 이상이 장암으로 사망한다고 지적한다. “엽산의 과다 섭취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한 것인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을 지닌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권장 섭취량

레흐케머는 비타민제 대신 양배추, 시금치, 상추 같은 녹색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식료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은 비타민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과일·채소의 비타민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고, 제한 없이 권장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일일 섭취량을 결정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독일에서는 DGE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수치는 확고 불변한 것이 아니고, 학술적으로 정확히 증명된 것이 아니다. 이는 DGE의 권장량을 다른 나라의 권장량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비타민A의 경우 DGE는 성인 남성에게 하루 1천㎍을 섭취하도록 권고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600㎍이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독일의 권고를 기준으로 하면 독일의 성인 남성 중 12% 이상이 기준 수치에 미달이지만, WHO의 권장량을 기준으로 하면 미달하는 남성은 단 1.1%뿐이다.

비타민C는 독일에서는 성인 여성의 28%가 DGE의 한계 수치(일일 100mg)에 미달하지만, WHO 기준(45mg)에 따르면 오직 2.6%의 여성만 부족하다.

엽산의 경우 DGE는 일일 400㎍ 섭취를 권장하지만, EU 유럽위원회에서는 200㎍(임신 희망 여성은 제외, 이들에게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400㎍을 권장한다)만 섭취하라고 한다. 그 결과 DGE 기준에 따르면 독일 여성의 87%가 섭취 부족이지만, EU 유럽위원회의 기준에 의하면 25%만 섭취 부족일 뿐이다.

비슷한 예는 철분, 칼슘, 마그네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그네슘은 독일에서 가장 널리 복용되는 건강보조제로 비타민C보다 더 애용되고 있다. 레흐케머의 ‘국가 식품 섭취 연구’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16%가 마그네슘을 복용하고 있다. 레흐케머는 “이것은 광고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마그네슘 역시 정상적 식생활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제는 근육 긴장 해소를 위해 복용되고 있지만 “근육 긴장은 수분 섭취 부족을 비롯해 수많은 원인이 있다”고 레흐케머는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그네슘제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를 설득시키지 못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믿음은 산도 옮기죠. 마그네슘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물질이 도움이 되는지는 근육 경직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통제 실험을 하면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제조업체가 이런 연구를 지원하겠습니까?” 레흐케머는 반문했다.

/ 마르쿠스 그릴 Markus Grill <슈피겔> 기고가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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