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제조업체·협회 여론조작 한통속
[Life]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② 불편한 진실 누가 가리나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마르쿠스 그릴 economyinsight@hani.co.kr

토론회서 “섭취량 충분” 발언에도 발언자 명의로 “비타민 결핍” 보도자료

잘못된 비타민 신앙에 ‘지동설’ 같은 충격이 1994년 처음 가해졌다. 이제 거의 20년이 됐다. 그 뒤로도 비타민 복용이 유해하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그런데 아직도 이 사실을 일반 시민들은 왜 잘 모르는 걸까. 누가 진실을 호도할까.

   
미국 뉴욕의 식료품점에 코카콜라사가 만든 음료 ‘비타민워터’가 전시돼 있다. 코카콜라사는 출시 때 이 음료가 만성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 소비자단체 ‘공익을 위한 과학센터’(CSPI)는 2009년 “근거 없이 소비자를 기만한다”며 오히려 “병당 33g의 당분을 함유해 당뇨병과 비만, 기타 건강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뉴시스 신화.

오랫동안 연구 책임자이던 비타민 제조기업 DSM의 최고경영자 에거스도르퍼는 비타민 제품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연구 결과의 유의미성을 의심하고 있다. “약품 연구에서는 언제나 약품 투여 그룹과 플라시보 투여 그룹을 비교합니다. 하지만 비타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명료한 상황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플라시보를 복용하는 그룹도 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으니까요.”

독일 쾰른에 있는 ‘의료 품질 및 효율 연구소’(IQWiG) 소장 위르겐 빈델러는 이와 같은 기업의 주장을 “완벽한 헛소리”라고 평했다. “그런 연구에서는 비타민 자체가 효과 있는지 실험하는 게 아니라 비타민 제제가 효과 있는지 시험하는 겁니다.” 플라시보 투여 그룹과 비타민 복용 그룹은 모두 음식물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한다. 비타민 복용 그룹이 거기에 추가로 비타민 제제를 복용한다면 두 그룹을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의 원인은 한쪽 그룹이 복용한 비타민 정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스위스 베른대학의 연구 전문가 페터 유니 역시 같은 의견이다. 비타민 제조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 즉 자기 제품을 약품처럼 테스트할 수 없다는 말은, 자신의 제품이 쓸모없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눈가림일 뿐이라고 여긴다.

DSM은 불리한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언론에 영향을 미치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 2010년 7월 연구소장 레흐케머는 ‘영양 및 비타민 정보 협회’(EVI·Ernahrungs und Vitamin Information)의 초청으로 슈투트가르트의 호엔하임을 방문해 에거스도르퍼, 그리고 친기업적 의학자 한스콘라드 비살스키와 함께 비타민 섭취에 대해 토론했다.

레흐케머는 그가 언제나 말하던 대로 “대중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했을 뿐이지만, 협회는 패널 토론의 결론으로 ‘독일 비타민 결핍 경고’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서 그 증인으로 하필 레흐케머를 내세웠다. 방송 저널리스트 프랑크 비티히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EVI 뒤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비타민 제조업체 DSM이었다. 협회의 당시 회장이 DSM 직원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의심스러운 곳은 ‘영양소와 식생활 정보 협회’(Give)라는 단체다. 이 단체는 주기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뉴스레터를 수많은 언론의 편집부와 기자들에게 발송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단체의 목적은 “생명 유지 필수 영양소와 관련된 모든 영양 분야의 광범위한 교육”이다. 그들의 주제는 주로 ‘마이크로 영양소’ ‘영양이 결핍된 엄마’ 등이고 해결책으로 식품보조제 섭취를 제시한다. 홈페이지에 뉴스레터 담당자로 의학 교수 페터 베버가 명기돼 있는데, 그는 협회 소개에는 부회장으로 나와 있다. 사실 그도 DSM 직원이다.
 
협회 이사들, 실제는 업체 대리인

베버뿐만 아니라 협회 이사회의 전체가 대기업들의 대리인들로 되어 있다. 협회 회장 헨리 베르너는 베를린에 있는 피처사의 언론 대변인이고, 이사회의 일원인 안드레아스 에르버는 헤르메스 제약회사에서 언론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집행부 임원인 유르겐 베르거는 거대 의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대변인이다.

이 사실에 대해 DSM 대변인은 전자우편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책임자들에게 회원들이 각 회사 대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웹사이트에 명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Give의 보도자료가 매번 이미 증명된 학술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대부분의 독립적 의학자들은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을 위한 엽산과 아기와 노인을 위한 비타민D를 제외하면 비타민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즉, 비타민 제품을 복용하는 것은 완전히 돈을 내다버리는 짓이라는 것이다.

그에 더해 연구 전문가 페터 유니는 코크런 소견서를 검토한 뒤 ‘독일에서 매년 수천 명이 사망하는 진짜 원인은 비타민 과다 복용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조업체들은 비타민 제품를 여전히 허가도 받지 않고 경고문도 없이 그냥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는 걸까?

베를린의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에서 비타민 제조업계를 점점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동료들이 다중 내성 세균, 나노입자, 화학 독극물을 다루는 동안 BfR 직원 다이아나 루빈은 식품 위해성 분야, 특히 보조식품을 통한 위해성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사람들은 비타민 정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비타민이 동종요법 처방과 비슷하게 지적·사회적·경제적 위치가 높은 지식인층에 의해 소비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 계층에게 이런 허튼 수작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많은 소비자들은 일단 시장에 나온 제품은 무해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최소한 비타민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은 의약품과 달리 무해성을 증명할 필요 없이 단순히 제품 등록만 하면 된다. “비타민제를 먹는 사람들은 모두 그 제품의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언론에 영향 끼치고 정계 로비하고

그 때문에 IQWiG 소장 빈델러는 관계 기관에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기 복용의 위험 가능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허가 절차를 도입하거나 최소한 명확한 경고 문구를 써넣어 환자들에게 비타민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려야 합니다.”

사회민주당(사민당)의 보건체육담당 원내 대변인인 카를 라우터바흐는 국민에게 부여되는 비타민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는 독일연방계몽센터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하게 비타민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소한 가정의들에게 비타민제의 위험 가능성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고함량 비타민제를 권한 것은 독일의 의사와 약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의학자이자 미국 하버드대학 메디컬스쿨에서 비타민을 연구한 라우터바흐는 의사와 약사들의 무식에 매번 다시 놀라게 된다고 했다. “학술적 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에 반영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E 정제를 복용하는 의사를 만나는 일이 빈번합니다. 미친 짓이죠!”
라우터바흐는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보건부 장관 다니엘 바르가 장관직에 취임할 때 질병 예방에 힘쓰는 장관이 되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했다. “그게 정말 바르 장관의 진심이라면 최소한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라도 해야 한다. 이것은 취임선서에서 독일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막겠다고 맹세한 장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사민당의 정치가는 비타민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약사들이 이런 경고에 화를 낸다 하더라도 “보건부 장관은 국민에게 필요 없는 위험성을 짊어지게 하는 자유민주당과 밀접한 작은 로비스트 그룹을 배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타민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많은 약사들과 슈퍼마켓에 큰 손실이겠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병자와 비타민 필요량이 많은 사람들 외에는 모두 아무렇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아나 루빈은 말했다.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기는 하겠죠.”

/ 마르쿠스 그릴 Markus Grill <슈피겔> 기고가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