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비용과 번거로움 없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

대기오염과 교통사고·교통혼잡을 줄이려면 승용차 주행거리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 교통카드 이용 실적을 통한 보험료 할인제도는 이런 정책 취지에 걸맞다. 교통카드가 활성될수록 운송업체의 요금수입, 그리고 지자체의 버스요금 책정의 타당성이 좀더 투명해질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월2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시청 브리핑룸에서 ‘대중교통요금 인상 및 경영혁신’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교통카드가 활성화될수록 운송업체의 요금수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버스요금 책정의 타당성이 좀더 투명해질 것이다. 뉴시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료는 운전자의 특성(성별·연령), 운전 및 사고 경력, 차량의 특성(용도·차종·연식 등)에 따라 연간 고정 금액으로 산출된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의 운전자일 때 평균 주행거리가 길 경우 자동차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운행거리연동 자동차보험’에 따르면, 연간 3만여km를 운행하는 차량이 8천km를 운행하는 차량보다 사고 확률이 약 2배 높았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주행거리를 고려한 자동차보험제도(Pay-as-you-drive Vehicle Insurance)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운전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형태인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이 등장했다. 할인율은 거리 확인 방식과 선·후 할인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연간 3천km 이하는 11~13%, 3천~5천km는 8~10%, 5천~7천km는 5~6%를 할인해주고 있다.
　
계기판 등 조작의 문제점 없어

그러나 마일리지 자동차보험들의 가입 대상은 연간 주행거리 7천km 이하를 운행하는 차량으로, 개인승용차 1353만 대의 26.3%인 356만 대에 국한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승용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1만3천km인 것으로 나타나 보험료 절감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운전자는 제한적이다. 7천km를 약간 상회해 운전하는 사람은 해당 보험에 가입해 주행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대다수가 1만km 이상을 타는 운전자들로서 현재 책정된 보험료의 혜택을 받기 위해 운행거리를 7천km 이하로 줄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손해보험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는 최대 1.75% 정도이며 낮아진 보험료로 사고보험금을 부담하는 만큼 손해율(가입자에게 거둔 보험료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의 비율)이 일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대상자의 확대와 함께 가입자들의 운행거리 감축에 따른 사고율 감소가 동반돼야만 사고보험금이 줄어들어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전체 보험가입자에게로의 보험료 인상 유인을 막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주행거리 감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행 마일리지 연동 자동차보험료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교통카드 사용량 따라 세분화된 보험료 가능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의 개편 방안으로 연간 주행거리대별로 일정 요율을 산정하는 방법 등 차등적인 보험체계를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행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 사고율이 얼마만큼 증가하는지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요율을 산정해야 한다. 또한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큰 영업용 차량 운전자나 자영업자들의 보험료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보험체계가 개편되면 더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주행거리를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보험료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 수가 늘어남으로써 수입이 증가하고 사고 처리 비용이 감소해 손해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대기오염, 교통혼잡, 교통사고 등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현행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의 시행 방식에도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먼저 가입시 할인율이 적용된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주행거리를 확인받는 선(先)할인제도는 약정한 주행거리를 초과 운행할 경우, 할인받은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거나 다른 보험사로 바꾸는 운전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주행거리 확인 방식에서는 주행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 장착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고, 자료를 전송하는 데 번거로움이 있다. 운전자가 계기판에 찍힌 주행거리를 카메라로 직접 찍어 보내는 방식은 다른 사람의 차량 계기판을 찍어서 보내거나 주행거리 미터계를 조작하는 문제점이 있다.
　
운송업체 요금수입 투명성 제고에도 한몫

최근에는 이런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더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대중교통 이용 실적을 기준으로 한 ‘대중교통 이용 우대 보험’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이 제도는 교통카드 이용이 많은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할인 혜택을 줘 자동차의 운행 마일리지를 감소시키는 간접적 방안으로서, 교통카드 이용 실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추가 비용 부담과 주행거리 확인에 따른 번거로움이 없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보험사 처지에서는 정확한 이용 실적으로 세분화된 보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보험가입자와 관련한 정보를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물론 교통카드 이용 실적에 따른 보험제도 역시 자동차 소유자와 교통카드 이용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교통카드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기관 간 협조 체계를 잘 구축한다면 교통카드 이용 실적에 따른 보험제도는 더 빨리 정착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교통카드 사용이 유도된다면 운송업체의 요금수입이 투명해지기 때문에 이를 운송업체에 지원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적정 보조금 산정에 활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행거리에 기반한 자동차보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주행거리 감소에 동참해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보험사는 합리적인 보험요율을 산정하고 주행거리 또는 대중교통 이용 실적 확인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하며, 정부는 이용자 중심의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승용차 사용을 줄임으로써 보험료 절감 효과뿐 아니라 대기오염과 교통혼잡 감소 등의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자동차 열쇠 대신 교통카드를 먼저 챙기는 것은 어떨까.

글 / 구세주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sjku@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