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차 운행거리 세계 최고권, ‘부끄러운 1위’ 벗어날 방안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지난 1월호부터 교통카드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 할인제도를 ‘집중 기획’ 코너를 통해 제안하고 있다(1월호 16쪽 참조). 이른바 ‘대중교통 이용 우대 보험’이다.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다. 2월호에는 이런 제안에 대한 보험 소비자단체와 예방의학 전문가의 견해를 실었다(2월호 18쪽 참조). 이번 3월호에는 환경단체와 국책 교통연구기관의 의견을 싣는다. 이 제안은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창간 1주년을 맞아 벌인 ‘한국경제 혁신을 위한 시민제안’에서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2011년 6월호 18쪽 참조).  _편집자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 회원들이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백화점 앞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쇼핑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자가용 과잉 의존 줄이는 물꼬

한국의 연평균 승용차 주행거리는 국토 면적을 고려할 때 세계 1위권 수준이다. 결코 좋은 1위가 아니다. 서울의 대기 또한 미세먼지를 빼고는 지난 10년간 나아지지 않았다. 기름 소비량은 물론 교통혼잡과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열쇠’가 될 실질적인 대중교통 유인책이 시급하다.

최근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의 막차를 탔다. 지난해 9월 수도권이 일제히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기와 겹쳐 잠시 미뤄두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결국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노인 무임 승차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에서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환승할인에 따른 비용을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요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그때마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해온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은 더 이상 시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서울시는 2007년 버스 운영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했지만, 이후에도 운송수지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제 대중교통은 대중교통 적자를 메우는 방식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부분적인 서비스 개선의 수준을 넘어서는 승용차를 포함한 통합적인 교통 가격 정책으로 그 해답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은 우리에게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교통혼잡과 사고, 환경오염 등을 유발해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는 승용차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극히 적다.

승용차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취득·보유·운행 단계에서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유지비용이다. 이 중 보유 단계에서 납부하는 자동차세와 자동차보험료는 2011년까지 배기량 기준으로만 부과돼왔다. 이는 주행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승용차 운전자가 승용차 이용량을 조절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주행거리에 따라 유류비용과 교통시설 이용료, 주차료, 혼잡통행료 등을 추가로 내지만 유류비용을 제외하면 승용차 이용을 제한할 만큼 가격 부담이 되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도심의 주차요금이나 자동차 관련 세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승용차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2007년 기준 1만6834km로 일본·독일·프랑스보다 높고, 국토 면적을 고려할 때 세계 1위 수준이다.

대기오염 개선은 미세먼지 수치만을 들어 서울시가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미세먼지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49㎍/㎥, 이산화질소는 0.034ppm으로 2000년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65㎍/㎥, 이산화질소 0.035ppm과 비교하면 미미하게 개선된 정도다. 이산화질소는 대기환경 기준 0.03ppm조차 초과한 상황이다.
　
‘교통카드 대리 사용’ 문제 가족 수 등록으로 해결 가능

이미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공해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도입하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과세표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시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유럽은 배기량과 연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등에 따라 취득세를 부과한다. CO₂ 배출량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은 증가하고, CO₂ 배출량이 낮은 차종에는 세금 면제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2020년 교통물류 부문 온실가스 34% 감축 목표를 내걸고 ‘지속가능 국가교통물류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승용차 수송 분담률이 지나치게 높고, 자동차 운행거리가 길며, ‘나 홀로’ 차량으로 인해 교통 부문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녹색 자동차보험, 대중교통·자전거·보행 등의 교통 이용시 신용카드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과 자동차 공동 이용 제도 등의 활성화를 통해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교통 수요관리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보험사들은 일제히 주행거리 연동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할인 폭이 크지 않으며, 자동차 주행거리가 긴 사람들은 작은 할인 폭 때문에 주행거리를 줄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대중교통 이용 카드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주행거리 기록 장치를 승용차에 부착하는 것에 비해, 사생활 보호 면에서나 운영 경비 절감 면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동시에 대중교통 이용자를 확대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교통카드 대리 사용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가족 수를 등록하고 어린이·청소년·성인 수를 고려해 대중교통 이용액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는 승용차 이용자를 대중교통 이용자로 유인할 수는 없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면 교통 가격을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교통 정책으로 점차 대중교통 이용자의 사회적 편익을 증가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통혼잡이 극심한 서울시가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교통 수요관리 정책은 기업들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도심 주차면 수를 제한하는 주차상한제, 기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기업체 교통 수요관리 제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승용차요일제 등이 있다.

하지만 교통유발부담금은 1990년 이후 제자리이며, 기업체 교통 수요관리 제도는 효과 확인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차상한제는 주말 주변 주차장을 임대해 사용하는 백화점들을 넋 놓은 채 보는 상황이며, 승용차요일제는 서울 시내 전 지역을 통틀어 21개 지점(2011년 기준)에서만 운휴일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몇 년째 연구만 계속해온 혼잡통행료 확대는 별다른 이유 없이 그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올해 초 첫선을 보인 ‘주행거리 연동 자동차보험’과 이 제도의 약점을 보완해 제안된 ‘대중교통 이용자 우대 보험’ 등은 승용차 이용자들이 주행거리를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민 참여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승용차 이용을 규제하는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혼잡통행료 부과 등 승용차 규제 정책이 강화돼야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또한 규제 정책을 통한 수입을 대중교통 이용자와 승용차 주행거리를 감소시킨 시민들에게 환원해 대폭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통유발부담금·혼잡통행료 강화돼야 효과 배가

프랑스는 자동차등록세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부과금을 내는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한 결과, 이산화탄소 저배출 차량을 대폭 증가시켰다. 자동차보험료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연간 주행거리가 4천km 이하이면 최대 45% 할인해주고, 영국은 연간 주행거리가 9600km 이하인 경우 기존 보험료에서 최대 30% 할인해준다. 미국은 의무보험료와 주행보험료로 구성해, 연간 주행거리 1만6천km 이하 계약자에게 최대 25%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렇듯 혜택이 실질적일 때 그 정책적 효과 또한 분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자동차세 할인, 주행거리 연동 및 대중교통 이용자 우대 자동차보험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는 대중교통비용 세액공제를 제안한다. 이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노동자와 서민 계층에게는 실질적인 소득 증가 효과가 있고, 아울러 승용차 통행 감소로 인한 유류 소비 감소,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감소, 교통혼잡 비용 감소 등 다양한 사회·경제·환경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승용차 이용과 교통혼잡, 이로 인한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

글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youshin5@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