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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1%’다
Editor’s Letter
[23호] 2012년 03월 01일 (목) 김보근 tree21@hani.co.kr

커버스토리 속에서 ‘2억’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멈칫했다. 그 무슨 자금의 액수가 아니다. 바로 전세계의 어린이 노동자 수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추산한 바에 의하면, “성장에 영향받을 만큼 건강을 해치고, 교육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노동에 종속된” 어린이의 수가 현재 2억 명 이상이나 된다. 어린이 노동자 한명 한명이 짊어진 무거운 삶의 짐을 생각하니, ‘2억 명 이상’이라는 숫자가 더욱 아프게 가슴에 다가온다.

어떤 경제이든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건강한 노동자가 존재해야 한다. 아무리 기술의 시대이고 자본의 시대라 말하지만,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실제 생산을 하는 것도 모두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동자는 노동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이런 건강한 노동자는 많은 ‘투자’ 속에서 성장한다. 교육과 관심, 그리고 애정 등이 투자의 주요 목록이다. 우리는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가 이런 배려를 받을 수 없는 사회를 ‘1% 사회’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5살 때부터 돌 깨는 노동을 시작한 네팔의 14살 소녀 비나에게는 이런 목록이 사치스럽기만 하다. 어린이 노동자 비나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 깨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힘든 노동으로 이 소녀가 얻는 돈은 하루 1달러에 불과하다. 벌어들인 돈은 하루를 견뎌낼 차와 죽을 사는 데 거의 모두 쓰인다.

네팔 어린이를 2005년부터 돕고 있는 한국 비정부기구(NGO) ‘희망의 언덕’(대표 강선규)에 의하면, 이렇게 무거운 노동에 짓눌린 아이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르치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한국의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사랑’ 하면 떠올릴 법한 ‘가족의 따뜻한 품’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비나가 ‘사랑’이나 ‘공동체’라는 단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비나가 성인 노동자로 성장했을 때 네팔의, 아니 세계의 장래는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성인이 된 비나는 자신과 닮은 아이를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 언덕의 도움으로 비나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나와 같은 어린이 노동자들의 존재는 1%를 비판하는 우리의 논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가 “1%만이 아닌 99%가 함께 나아가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할 때, 비나와 같은 어린이 노동자야말로 이 99% 속에 꼭 들어와야 할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만큼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 노동자 2억 명을 다시 떠올리니, 모든 어른이 ‘1%’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 김보근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경제학박사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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