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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요넥스의 굴욕
[스포츠 경제]
[22호] 2012년 02월 01일 (수) 김경무 kkm100@hani.co.kr

한때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의 스폰서였던 일본 브랜드 ‘요넥스’가 한국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폰서 전쟁에서 대만 브랜드 ‘빅터’에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8일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2011 빅터코리아 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이용대-하정은 조와 마진-슈첸(중국) 조가 경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초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총상금 100만달러(약 11억5천만원)가 걸린, 배드민턴계에서 매머드급인 이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이용대-정재성(이상 삼성전기)과 그들의 ‘숙적’ 중국의 차이윈-푸하이펑이 벌이는 남자복식 결승전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라이벌 전초전 성격도 띤 이번 대결에서 이용대-정재성은 아쉽게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런데 경기적 측면뿐 아니라, 두 팀 선수들을 후원하는 ‘브랜드 대결’에서도 이 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요넥스는 어디 갔을까

브랜드 대결은 바로 빅터(Victor) 대 리닝(Lining)이다. 이용대-정재성 등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만 브랜드인 빅터가 공급하는 라켓과 유니폼, 그리고 가방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자국 브랜드 리닝이 후원사다. 이날 경기장은 코리아오픈 메인 스폰서인 빅터 브랜드로 곳곳이 도배되다시피 했지만, 중국 선수들의 남자복식, 여자 단·복식, 혼합복식 등 4종목 우승으로 리닝 브랜드가 한껏 빛을 발했다. 그러나 한때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스폰서였던 일본 브랜드 요넥스(Yonex)는 존재감조차 없었다.

세계 각국 대표 브랜드들의 스포츠 단체 ‘스폰서 전쟁’. 이는 물론 배드민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1월13일에는 나이키(미국)가 다시 경쟁 브랜드 아디다스(독일)를 제치고 대한축구협회와 초대형 후원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2012년부터 8년간 총 12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부자단체’는 대한축구협회다. 1년 예산이 무려 1천억원이 넘는다. 1993년 정몽준 회장 초기 재임 시절 36억원 수준이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인 셈이다. 축구협회 다음가는 부잣집은 대한배드민턴협회다. 1년 예산이 90억원을 넘는다. 그 밖의 경기단체들의 경우 대부분 1년 예산이 10억원도 채 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배드민턴계는 2009년 이전까지만 해도 요넥스 천하나 마찬가지였다. 1982년부터 27년 남짓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물론 수백만 명에 이르는 동호인들에게 요넥스가 라켓과 의류 등의 용품에서 대세였다.

하지만 2009년 3월부터 빅터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빅터는 당시 4년간 1200만달러(약 138억원)를 후원하는 내용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고, 지난 3년간 대성공을 거뒀다.

배드민턴협회에 등록된 엘리트 선수는 2400여 명인데, 동호인은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국내 배드민턴 용품 시장을 놓고 각국 브랜드의 전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빅터의 야망은, 코리아오픈 후원에서도 드러난다.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공인하는 5대 프리미어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을 뽐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총상금 35만달러)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첫 대회 때는 총상금이 120만달러나 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통 크게 베팅해 코리아오픈이 최고 상금의 프리미어대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빅터의 통 큰 베팅(95만달러 후원) 때문이다. 빅터는 코리아오픈을 포함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연간 270만달러(약 30억원)를 후원하면서 한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빅터는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국에 주요 생산시설과 연구소, 독일에 디자인센터를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 시장에서 굴욕을 맛보고 있는 요넥스는 최근 해체 위기에 놓인 서울 강남구청 배드민턴팀 인수에 나서며 활로를 찾고 있다. 강남구청은 단식 국내 최강팀으로 박성환 등 국가대표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요넥스의 강남구청팀 인수는 한국에서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셔틀콕 시장에서 독주해왔으나, 중국이 자국 브랜드 리닝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기로 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시장은 대만 브랜드인 빅터에 빼앗겼다. 리닝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남자체조 4관왕 리닝이 중국 정부의 후원으로 세운 브랜드다.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서 중국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리닝은 세계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나이키 천하

한국에 관한 한, 축구 브랜드는 나이키 천하나 다름없다. 나이키는 1996년 아디다스 등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사 자격을 얻었다. 이번 계약 갱신으로 2019년까지 이를 유지하게 됐다. 무려 24년 동안이다. 각급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앞으로 8년 더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계약 내용은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2019년까지 현금 600억원(연간 75억원)과 물품 600억원(연간 75억원) 등 총 1200억원가량의 지원이다. 앞서 축구협회는 2008년 총 490억원(현금 250억원, 물품 24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나이키와 4년간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나이키는 이번에 기간을 무려 8년으로 늘려 장기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해두 축구협회 사업국장은 “그동안 나이키와 4년 혹은 5년 단위로 재계약해왔는데, 장기계약에 후원액이 1천억원이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축구대표팀 유니폼 스폰서의 시작은 1977년이다. 그 이전까지는 대표팀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태극마크만 새겨져 있었다. 그러다 1977년부터 유니폼 공급업체의 브랜드가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첫 스폰서는 아디다스였는데 얼마 가지 않았다. 처음으로 장기계약을 한 브랜드는 제일모직의 라피도로, 1987년부터 95년까지 대표팀을 후원했다. 이후 1996년 나이키로 대체됐고, 라피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이키는 국내에서는 프로축구보다는 축구대표팀에 올인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2008년 축구대표팀 후원 계약을 위해 나이키와 경쟁을 벌이는 듯했으나 패배했고, 올해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프로축구판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FC서울이다. FC서울은 지난 14년간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아왔으나, 지난해 12월 그 인연을 끊고 프랑스 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프와 계약했다. 2012년부터 4년간 무려 80억원(연간 20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아디다스는 국내 프로축구단에도 소극적이어서 수원 삼성과만 후원 계약을 맺고 있을 정도다. 물론 아디다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메인스폰서로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며 나이키를 압도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대한민국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한국보다 시장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일본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축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과 달리 일본 축구대표팀은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뛴다.

/ 김경무 <한겨레> 스포츠부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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