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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로 본 가치와 가격
[Investing]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하상주 economyinsight@hani.co.kr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한다. 도대체 주가는 무엇을 근거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가? 주식이란 회사에 대한 주주의 권리가 적힌 종이쪽지에 불과하다. 그 종이쪽지가 값을 가지는 것은 바로 쪽지 뒤에 회사라는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가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에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그 뒤에 있는 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라는 자산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회사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회사를 공짜로 당신에게 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회사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회사의 가치를 알 수 있는가? 있다. 어떻게?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가게를 산다고 하자. 주인이 내놓은 장부를 보니 가게에서 매년 약 1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가게를 10억원에 사겠다고 했는데 가게 주인은 15억원을 달라고 했다. 무엇을 근거로 그 가게를 10억원에 사려고 할까?
우선 앞으로 그 가게가 과거처럼 매년 최소한 1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 그 가게를 10억원에 사면 투자수익률이 10%(1억/10억)가 되니 다른 곳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수익률이 더 높으면서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주인은 10억원보다 더 높은 15억원을 달라고 할 것이다. 즉, 회사라는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이 앞으로 만들어낼 수익과 투자가가 요구하는 투자 수익률에 따라 결정된다.
회사가 앞으로 이익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그 회사의 가치는 올라간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회사가 앞으로 이익을 많이 만들어낼지 아니면 오히려 더 줄어들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마 그 회사 사장도 잘 모를 것이다. 회사의 미래 전망은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 회사의 적정 가치는 100입니다”라고 말하더라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이런저런 가정 아래 그냥 그렇게 본다는 말일 뿐이다.
 
가격의 거울은 평평하지 않다
회사의 미래를 알기 어렵다고 그냥 무작정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간다고 빨간불에 신호등을 건너는 일이다. 포수가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잘 모르겠다고 눈 감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 더 심하게 표현하면 낭떠러지로 걸어가는 일이다. 자식을 대학에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과연 어떤 분야로 보내야 자식이 고생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회사의 장래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모든 회사의 미래가 이처럼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어떤 회사는 상대적으로 미래가 잘 보인다. 투자자는 이런 회사를 찾아야 한다.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기에 영향을 적게 받고, 경쟁력이 있어 다른 회사가 잘 덤비지 못하는 회사다.
불행하면서도 한편으로 재미있는 것은 주가가 언제나 회사의 가치를 잘 반영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는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러나 이 거울은 평면거울이 아니다. 오목·볼록 거울이다. 그러므로 투자가는 주가 움직임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의 미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주가 변동에 웃고 울겠지만 회사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이는 투자가는 그저 조용히 편안한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
자, 그럼 여기서 한국 최고의 회사인 삼성전자의 적정 가격이 얼마가 될지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삼성전자의 2009년 말 대차대조표를 보면 총자산이 86조원, 부채는 19조원, 주주자본은 67조원이다. 그러면 삼성전자를 통째로 사려면 부채를 빼고 주주자본 가치인 67조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일까?
어떤 사람이 67조원을 들고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가서 이 회사를 사겠다고 흥정을 붙이면, 아무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에서는 오늘(2010년 5월22일) 현재 이 회사의 주주 가치가 111조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통째로 사려면 장부 가치의 2배에 가까운 돈을 들고 가야 한다.
 
경영자의 도덕성 등 무형 가치 중요
이처럼 회사의 장부 가치와 주식의 시장 가치 사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부 가치는 대부분 처음 회사에 투자할 당시의 자산 가격으로 매겨져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회사 가치 중에는 대차대조표에 올라가지 못하는 중요한 가치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라는 이름이 갖는 가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름을 홍보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나아가서 삼성전자라는 회사 조직이 갖는 힘이 있다. 지금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을 해결하고,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헤치고 나갈 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능력과 도덕성이다.
이처럼 중요한 무형의 힘은 실제로 그 가치의 크기를 계산하기도 어렵지만, 계산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의 대차대조표에는 올라갈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중요한 가치들은 모두 회사의 미래 수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 주식의 시장 가치에는 이런 것이 모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시장 가치는 장부 가치의 거의 2배 수준에 거래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시장 가치 111조원은 이 회사의 적정한 가치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앞으로 이 회사가 매년 얼마 정도의 이익을 만들어낼지 가늠해야 한다. 이것은 이 회사의 미래 수익 가치를 현재 가치로 바꾸는 작업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상가가 만들어내는 이익이 매년 1억원 정도이고 내 투자 수익률이 10%라면, 상가의 적정 가격은 10억원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삼성전자가 만들어낼 미래 수익이 약 10조원이라 생각하고 투자 수익률을 10%라고 생각하면, 삼성전자의 적정 가치는 약 100조원이 된다. 실제로 2009년에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9조6천억원이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만들어낼 순이익의 수준이다. 그리고 순이익의 질이다. 올해 1·4분기 삼성전자는 약 3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이 정도의 순이익을 낸다면 2010년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약 16조원이 된다. 여기에 10%의 기대수익률을 적용하면 이 회사의 적정한 가치는 약 160조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투자가가 10%의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 15%를 적용하면, 이 회사의 적정 가치는 약 100조원이 된다.
어떤 회사의 적정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욕심이 많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은 높은 기대 수익률을 적용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좀 낮은 기대 수익률을 적용할 것이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높은 기대 수익률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높은 기대 수익률이란 무엇인가? 미래 수익에 대한 예상이 비슷하다면 결국 낮은 가격이 아닌가? 그래서 주식투자는 남들과 반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모두가 흥분해 주식 가격을 자꾸만 올리면 팔고 나오고, 모두가 겁을 먹고 도망치면 살짝 사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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