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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강조시 ‘신자유주의 덫’ 위험
[Special ReportⅠ] 유럽의 운명을 결정짓는 2012년 - ③ 신자유주의적 해법은 피하자
[22호] 2012년 02월 01일 (수) 크리스토프 라모 economyinsight@hani.co.kr

빚 상환 강조하면 복지 축소로 귀결… 금융 고삐 죄고 누진세 도입해야

프랑스의 좌파 경제지인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재정긴축을 강조하는 유럽식 경제위기 해소 방안이 자칫 신자유주의 늪에 빠지게 할지 모른다고 강조한다. 경제위기 해법은 약자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강자도 함께 희생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로 2012년 1월1일 새해가 시작된 것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2012년은 유로존의 운명이 결정되는 해가 될 것이다. 뉴시스 AP.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국가 채무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니다. 국가 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먼저 위기와 관련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실업이 늘지만, 공공재정도 악화된다. 공공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일부 재정지출(실업급여 등)이 증가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조세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재정 적자 증가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책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프랑스의 경기부양책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세수입이 감소하면서 프랑스의 공공재정이 악화됐다고 봐야 옳다.

어떤 이는 원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더는 늘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정은 생애기간 내에 누적된 부채를 모두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는 아니다. 국가는 결코 죽지 않는다. 국가는 부채를 제로 수준으로 모두 갚을 의무가 없다. 채무를 계속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가는 그렇게 해왔다.

실질적인 부채 비율은 전체 누적된 채무 규모가 얼마인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금리 수준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금융시장이 일부 국가의 국채 금리를 높여놓았다. 간단하게 국채 금리를 낮출 방법은 있다. 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가의 국채에 대해 보증을 서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리가 상승할 때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약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ECB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유로존은 시장에 예속된 상황이다. 그 덕분에 신자유주의자가 소기의 목적을 완수했다. 바로 채무를 명분 삼아 사상 초유의 긴축정책을 강제하는 것이다.

재정 적자를 줄이고 국가 채무를 축소하려면, 긴축재정만을 유일한 해법으로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모델과 결별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모델은 크게 4가지 기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금융 탈규제, 자유무역, 임금 삭감, 부자 감세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현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금융의 고삐를 더 단단히 죄고(은행 재자본화 관련 규제), 성장에 유리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 외에 누진적 성격의 조세제도를 다시 도입하고(부자 감세가 국가 채무를 키웠다), 일부 필요 불가결한 부문(교육·보건뿐 아니라 초기 대대적인 정부 투자를 요하는 환경 부문)에 대해 예산을 확대하며, 전반적인 노동자 임금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채 규모가 GDP의 100%를 훨씬 상회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국채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취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덕분에 경제성장, 부자 증세, 약간의 인플레이션 등에 힘입어 이후 부채는 눈 녹듯 줄어들었다. 이는 디폴트(채무불이행)보다 더 바람직한 해법이다.

/ 크리스토프 라모 Christophe Ramaux 프랑스 파리2대학 경제학 부교수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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