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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Editor's Letter
[22호] 2012년 02월 01일 (수) 김보근 tree21@hani.co.kr

진정 믿었던 상대방의 실상이 자신이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름을 확인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지독한 충격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다음에는 혼란과 함께 물밀듯이 다가오는 아픔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대응 자세를 바로잡는 것은 아마도 그런 아픔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다음의 일일지 모른다. 감성적으로 다가왔던 충격이 조금은 사그라진 뒤에라야, 이성적 판단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전문가 7명을 밀착 취재한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이 시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앞서 말한 여러 단계 중 과연 어디쯤에 와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9명의 기자들로 취재팀을 구성한 <슈피겔>에 따르면, 현재 세계 금융자산 규모는 200조달러 이상으로, 이는 세계 총생산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거대한 금융시장에서 외환전문가, 주식전문가, 파생상품 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활동한다.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전문가들도 개인적으로 볼 때 모두 성실한 면모를 보여준다. 자신들에게 맡겨진 수십억∼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금융시장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손끝에서 오고 가는 거대한 자본금을 통해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액수의 이익금이 발생하고 사라진다. 더욱이 이들이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이유가 “주식, 외환, 채권, 신용대출 사업이 단지 자동차 혹은 비행기를 다루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이르면, 과연 ‘이 시장의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의 이런 기형적인 모습은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효율적이고 만능적인 시장’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한때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전 독일 연방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가 이런 시장을 ‘괴물’이라고 칭했을 때, 이는 자신의 믿음과는 전혀 다른 시장의 모습을 본 뒤 느낀 충격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충격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해소법을 찾아나가는 이성의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모두들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점검할 때다.

/ 김보근 인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경제학박사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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