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탈락 위기 스모 선수가 강한 이유는?
[Focus] 바둑도 스포츠토토 종목 되나 - ② 승부조작 등 부작용 우려
[21호] 2012년 01월 01일 (일) 최윤경 chamsei@wjbooks.co.kr

일본 국민에게 존경받는 스모 선수들, 이들은 승부조작의 유혹이 있을 때 이를 과감히 뿌리칠 수 있을까? 미국 시카고대학 스티븐 레빗 교수의 저서 <괴짜 경제학>에 따르면, 일본 스포츠 영웅도 결코 유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스포츠 선수 중 많은 이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 스티븐 레빗의 저서 <괴짜 경제학>(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승부조작과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일본 스모 선수들조차 이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스포츠와 부정행위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부정행위가 애매한 인센티브보다는 분명한 인센티브가 걸린 곳에서 더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합에서 약물 복용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운동선수들은 대개 비난을 받지만, 적어도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었던 그의 동기만큼은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지기 위한 부정은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비열한 죄악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 비열한 죄악은 일본이 신성시하는 국가 스포츠인 스모에도 엄존한다.
 
인생이 순위에 지배되는 스모 선수들

스모에서 선수들의 순위는 인생을 지배한다. 일본에서 상위 66위 안의 스모 선수들은 1부 리그 격인 마쿠우치(幕內)와 그보다 한 등급 아래인 주료(十兩)에서 시합을 치른다. 상위 40위 안의 선수들은 1년에 약 17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70위 선수의 수입은 1만5천달러에 불과하다. 심지어 순위가 낮은 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들의 시중을 들기도 한다.

스모 선수의 순위는 1년에 여섯 번 열리는 정규 대회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선수들은 각 대회마다 15번의 시합을 하는데, 8승 이상의 전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순위가 상승하며 7승 이하의 전적으로 패배하면 순위가 하락한다. 순위가 계속 떨어지면 엘리트 그룹에서 이름이 완전히 삭제된다. 따라서 스모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시합은 8승째를 가르는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회 마지막 날 7승7패의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6패를 기록한 상대에 비해 승리에 대한 갈망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8승6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가 7승7패를 기록하는 상대 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레빗 교수는 데이터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의심스러운 시합들을 분리했다. 대회 마지막 날,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한 7승7패의 선수와 이미 8승을 올려 안정적 기록을 보유한 선수의 시합을 따로 추출한다. 단, 마지막 날 양쪽 다 7승7패의 선수들이 맞붙는 시합은 제외한다. 10승 이상을 올린 선수 역시 승리를 포기할 확률이 낮다. 스모 대회는 전승무패를 기록한 챔피언에게 1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며, 그 외에 훌륭한 기술이나 투지를 보여준 선수에게도 2만달러의 상금을 주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더 열심히 시합에 임할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대회 마지막 날 7승7패의 선수들이 8승6패의 선수들을 맞아 싸운 몇백 건의 시합 기록을 종합한 결과는 놀라웠다. 그날 싸우는 두 선수들의 과거 시합 기록을 바탕으로 볼 때 7승7패의 선수들이 승리할 확률은 48.7%였다. 하지만 실제 시합에서 이긴 승률은 79.6%에 이르렀다. 심지어 실력이 훨씬 뛰어난 9승5패 선수를 맞았을 때도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승률만으로는 시합이 조작됐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승리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평소보다 훨씬 열심히 시합에 임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나고야 스모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는 스모 선수들. 일본 국기(國技)인 스모 경기에서도 승부조작 사례가 발견돼 일본 사회를 놀라게 했다. 뉴시스 REUTERS.

선수 사이에 보상 약속 오갔을 것 ‘추측’

스모 선수가 일부러 시합에서 질 만한 인센티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레빗 교수는 뇌물이 오갔거나, 두 선수 간에 약속이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상위권 스모 선수들은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돼 있다. 66명의 최고 선수들은 두 달마다 한 번씩 같은 대회에서 만난다. 나아가 각각의 선수들은 대개 전 스모 챔피언들이 관리하는 선수양성소에 속해 있음에 따라, 라이벌 양성소끼리라 하더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양성소 소속 선수들끼리는 대전하지 않는다.

레빗 교수는 이번에는 7승7패 선수와 8승6패 선수가 그다음 시합에서 만났을 때의 결과를 살펴봤다. 역시 이전의 기록에 따른다면 7승7패 선수가 48.7%, 즉 절반 정도의 비율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재대전에서 7승7패 선수들이 승리하는 확률은 40%에 불과했다.
레빗 교수는 이에 따라 선수들 사이에 일종의 보상 약속이 오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 오늘 정말 위험한데, 오늘 내가 이기게 해주면 다음번에는 내가 져줄게.’ 두 선수가 그다음 시합에서는 다시 처음처럼 50%의 승률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런 추측은 더 신빙성을 얻는다. 부정 결탁이 두 차례의 시합 동안만 유용하리라고 ‘추측’되는 것이다.

스모 경기에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은 일본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이렇게 가끔씩 제기되는 언론의 주장은 스모계의 부패를 측정하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레빗 교수는 이번에는 고발자에 의해 승부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직후에 열린 스모대회의 데이터를 살펴봤다. 이 경우 대회 마지막 날 7승7패 선수들이 8승6패 선수들을 맞아 싸웠을 때의 승률은 평소와 같은 50%였다. 이런 데이터는 스모 선수들이 승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괴짜 경제학>에는 스모계의 부정행위에 대해 엄청난 폭로를 한 두 명의 전 스모 선수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의 폭로는 승부조작 이외에 약물 복용과 성추행, 뇌물, 탈세, 야쿠자와의 검은 연계 등 하나같이 충격적이었다. 그 뒤 이들은 전화로 위협받기 시작했고, 살해에 대한 두려움을 지인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굴하지 않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열기 바로 전, 두 사람은 목숨을 잃었다. 같은 병원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그것도 비슷한 호흡장애로 말이다. 경찰은 타살의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뒤 더 이상 조사를 벌이지 않고 수사를 접었다.
 
유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

그들의 죽음이 타살이든 그렇지 않든, 두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바로 특정 스모 선수의 이름을 밝힌 것이다. 그들은 앞의 데이터에 들어 있는 스모 선수 281명 가운데 29명이 부패했고 11명은 결백하다고 말했다.

분석한 시합 데이터와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부정행위자로 거명된 선수 간의 대전 결과를 살펴보면, 아슬아슬한 상황에 있는 선수가 약 80%의 비율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결백하다고 지적된 선수끼리 시합할 때는 원래 예상치에 가까운 승률을 보였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승부욕은 무서운 것이며, 때로는 그들을 파멸로 몰아넣는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되도록 그들이 유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윤경 웅진지식하우스 인문임프린트 지식팀 편집자
chamsei@wjbooks.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