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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수용에 주권 ‘간접수용’되나
[Special ReportⅡ] 한-미 FTA 쟁점 해부
[20호] 2011년 12월 01일 (목) 송창석 economyinsight@hani.co.kr

‘공공의 적’ 월가 ‘공공정책의 적’ ISD?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결국 단독 처리했다.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수를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익이 많다고 본다. 선진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야당 다수와 시민단체 등은 이득은 미미하고 손실은 크다고 반박한다. 득이 되는 분야는 주로 ‘고용 없는 성장’의 장본인인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기자본이 무기처럼 휘두를 것”이라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포함된 투자·금융 조항을 대표적으로 거론한다. 물론 찬성론자들은 ISD가 민간 부문을 위한 제도이며, 한국 국적의 투자자도 이 제도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해도 지구적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민간 부문도 두 부류다. 99%의 약자와 1%의 강자다. ISD는 99% 약자가 이용해온 제도는 아니다. 오히려 공공정책을 가로막아 99%에게는 해악으로 작용했다. 때마침 1%의 탐욕에 대해 지구촌이 분노하고 있다. 월가와 투기자본이 걸었던 길을 차분히 복기하는 시점이다. 국가적 득실과 함께 ‘99%의 득실’ 차원에서 ISD·간접수용 등 최근의 쟁점 위주로 한-미 FTA가 묘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가늠해본다.  _편집자


송창석 부편집장

△간접보상≠간접수용
국내에 ‘간접보상’이라는 개념은 이미 있다. 그래서 이를 ‘간접수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직접수용’의 일반법적 지위를 가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공익사업법 제79조 2항(공익사업 시행지구 밖의 토지 등의 보상)이다. 하지만 이는 간접수용과 무관하다. 국내의 간접보상은 “토지·건물 등이 직접 공익사업에 편입(몰수 등)되지 않으나 사업지구 인근에 위치하여 당해 사업으로 인하여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때, 소유자 등의 청구에 의하여 보상하는 것”을 일컫는다. 간접보상은 직접수용의 하나일 뿐이다. 즉, 특정 공익사업을 위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시행자(흔히 정부나 공공단체가 된다)가 강제적으로 토지 소유권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단지 공익사업 시행지구 안이 아닌, 시행지구 인근 토지 등에 대한 수용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소유 농지의 대부분이 공익사업에 편입돼 농지를 몰수당했다면, 나머지 몰수당하지 않은 농지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멍가게 등 영업시설의 경우 영업시설 자체는 공익사업 시행지구 밖에 있으나 고객이 존재하는 상권 대부분이 공익사업에 편입됐을 때 편입 전보다 수입이 확 줄 수 있다. 이때 농지나 영업시설 소유자를 위해 몰수되지 않고 남아 있는 농지나 영업시설을 사업시행자가 사들이는 것이 간접보상이다.
즉, 간접보상은 특정 공익사업을 전제로 한다. 공익사업이란 정부가 사업지구 내 토지의 소유권 등을 강제로 몰수하면서 특정 ‘공사’(工事)를 하는 것을 뜻한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반면 간접수용은 공익사업이 수반되지 않는다. 삽이나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와는 무관하다.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도 용도구역의 하나다. 용도지역은 정부가 용적률·건폐율에 대해 묶어놓을 뿐이다. 그린벨트 또한 건축을 금지하거나 토지형질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뿐, 정부가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수청구제≠손실보상
특정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묶어만 놓는 정부 조처를 ‘일반적 계획제한’이라고 한다. 일반적 계획제한은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은 물론,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자연공원 및 공원보호구역 등 다양하다.
일반적 계획제한에도 토지 등 소유자의 피해를 덜어주는 제도가 국내에 있다. 그린벨트나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대한 매수청구제가 대표적이다. 애초에는 공사를 목적으로 했으나 오랫동안 실행하지 않아 사실상 묶어만 놓은 것과 같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매수청구제 또한 같은 취지다.
매수청구제는 헌법재판소(헌재)가 “그린벨트 제도 자체는 원칙적으로 합헌이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규정이 없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는 결정을 하면서 도입됐다. 따라서 간접수용 개념과 약간 맥이 닿는 것처럼 보인다. 간접수용이란 명의의 공식적 이전 또는 명백한 몰수 없이 직접수용에 동등한 효과를 가지는 경우를 뜻한다.
하지만 매수청구제는 직접수용·간접수용과 달리 손실보상 제도가 아니다. 손실보상이라면 규제로 인해 가치가 하락한 경우 ‘하락한 차액’을 보상해야 한다. 매수청구제는 가치 하락분에 대한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다. 가치가 떨어진 땅을 소유자가 원할 경우 떨어진 가격에 사줄 뿐이다. 잔여지(수용되고 남은 자투리 땅) 수용, 농업손실(2년치 경작분) 보상, 과수 등의 이식 비용 보상도 없다. 손실보상제도에 있는, 피수용자를 위해 보장되는 ‘부수적(부대적) 손실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뜻이다. 손실보상은 적법한 공권력 행사에 따른 재산권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매수청구제는 가치 하락분으로 요약되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도 아니고, 부대적 보상이 없어 완전한 보상도 아니다.
반면 간접수용은 직접수용처럼 가치 하락분을 보상해야 하고, 토지뿐만 아니라 토지를 잃음에 따른 부대적 손실도 보상해야 한다.
간접수용과 유사한 개념이 국내에 법으로는 없지만 유사한 학설은 있다. 일부 법학자가 주장해온 ‘수용유사침해’ 개념이 있다. 일반적 계획제한 등으로 토지 소유자 등이 특별한 희생을 입었음에도 법률에 보상 규정이 없을 때 보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 제23조는 ‘보상은 법률로써’ 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 판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법률에 보상 근거가 있어야만 보상된다. 그런데 통과된 한-미 FTA 협정문은 한국에서 법률의 지위를 갖는다. 결국 미국인 투자자만 법률에 보상 규정이 있는 셈이다.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자, 가뜩이나 힘든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행정·입법·사법 등 우리나라 주권 전반을 휘청거리게 하는 지뢰일 수 있다. 지방정부도 피해 대상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서울시 등 자치단체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법·행정 재량 ‘족쇄’
ISD가 ‘투자자-국가 소송제’로 번역돼 국가, 즉 중앙정부만 피소를 당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투자자-정부(State) 소송제’다. 서울시 등 지방정부도 피소 대상이다. 최근 인·허가 등 규제 권한이 상당수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추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에 ISD를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던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미 FTA가 보상 대상을 ‘투자’로 규정한 것도 염려스럽다. 국내법상 보상 대상인 ‘재산권’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다. 한-미 FTA 협정문의 투자에는 ‘이득 또는 이윤에 대한 기대’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내 판례는 “영리 획득의 단순한 기회는 기업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재산권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단순한 기대이익은 재산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협정문의 투자에 ‘면허·허가·인가’가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국내 판례는 건축허가나 영업허가 등 대부분의 허가와 관련해 단순한 기대이익으로 보아 재산권 보상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물론 건축허가 뒤 정부의 공익사업 시행으로 건축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허가받기 위해 들어간 수수료 등을 보상하도록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57조는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에 지출된 비용만 보상하는 것이다. ‘향후의 기대이익’은 보상 대상이 아니었다. 공익사업법 시행규칙 제45~47조는 허가를 받은 영업이 공익사업으로 휴·폐업할 때 보상토록 하는데, 이 또한 휴·폐업 기간의 영업이익과 영업시설 이전비 등만 보상하지 기대이익을 보상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인·허가를 해주고 사후에 사정이 변경돼 철회하는 경우, 투자자는 ‘철회를 취소하라’는 소송만 제기할 수 있을 뿐이었다. 취소소송이 기각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미국 투자자는 국내 사법부의 취소소송 기각 판결 이후라도, 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한-미 FTA에서 보장된 투자부문의 ISD를 통해 면허·허가·인가에 따른 ‘기대이익’을 보상받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흔히 언급되는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의 범위(원고적격)도 확대된다. 국내법상 법인 소유의 재산권이 수용되는 경우 법인만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반면 한-미 FTA에서는 법인이 국가를 상대로 한 제소를 원치 않는다 해도, 법인 지분을 가진 미국인 주주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리적으로만 보면, 국내 회사 주식을 1주라도 갖고 있는 미국인은 그 회사의 주가가 우리 사법부의 불리한 판결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때문에 하락했을 때 간접수용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제소 예외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협정문 부속서 11-나’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가계의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행위는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 ‘바텐팔’은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에 대해 ISD 절차에 회부할 것”이라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했다. 안전·환경 관련 정책도 제소 대상인 것이다. 독일은 2년 전에도 석탄산업 환경 규제를 이유로 바로 이 기업에 ISD를 통해 제소당했고, 합의해줘야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추가로 다른 협정에는 없는 ‘부동산 가격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규정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도 ‘혼합지역제’(Inclusionary Zoning)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은 간접수용이 아니라고 미국 내 판례가 판시하고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 등 조세정책도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의 대상이라고 협정문은 밝히고 있다. 미국인이 투자한 뒤 우리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높인 경우 그는 ‘기대이익 훼손’을 거론할 수 있다. 부담금은 국내 부담금관리기본법상 조세가 아닌 것으로 표현(조세 외의 금전지급 의무)돼 있어 더욱 ISD 대상에서 빠지기 어렵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지방공기업·중소기업 등에 부담금을 물리지 않거나 감면해주는 규정을 두고 있어, 미국 투자자로서는 간접수용 대상인 ‘차별적 규제 행위’로 주장할 수 있다.
인·허가에 흔히 수반되는 ‘기부채납’ 조건 또한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과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려할 때 지속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미국인이 개발사업을 하는 경우 부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의 1994년 돌란(Dolan) 판례는 지방정부가 증축 허가 등을 하면서 붙인 기부채납 조건을 수용으로 봤다.
   
지난 11월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토지정의시민연대 한미FTA야당공동정책협의회, 민주당 최규성 의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한미 FTA와 부동산정책 긴급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직접수용 제도도 영향받을 듯
기존에 있던 직접수용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미 FTA 협정문은 수용일(국내법상 ‘수용재결일’의 오역)부터 지급일(국내법상 ‘수용일’의 오역)까지 발생한 이자를 지급토록 돼 있으나, 국내 공익사업법에는 이 기간의 이자 지급 규정이 없다. ‘공시지가 기준 보상 원칙’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보상의 방법을 제한하며 시장가격에 미치지 못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우리 공시지가의 시장가격 대비 현실화율은 50~80%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미 FTA 협정문은 ‘공정한 시장가격’을 보상하게 한다. 채권보상도 보상 방법을 제한하며 부재부동산소유자(부재지주)를 차별하는 등 정당보상 원칙과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시비가 있었다. 정부는 채권보상에 대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므로 간접수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불충분한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편의적 조처’라는 성격을 지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헌재는 공시지가 기준 보상 등에 대해 공익을 우선시해 위헌은 아니라고 판시해왔다. 하지만 제3의 중재기구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대세론의 함정 또는 사대주의
“어차피 규제완화 추세이므로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국회에는 재개발·뉴타운의 출구전략으로 지구지정 해제, 조합설립 인가 취소 등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안이 여러 건 제출돼 있다. 현 정부의 감세 기조도 차기에는 증세로 바뀔 수 있다.
찬성론자들은 ‘미국처럼’ 개인의 재산권 행사와 시장을 존중하라고 한다. 그러나 ‘반월가 시위’에서 보듯, 이제는 미국이 걸어온 게 바른 길인지 되묻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부동산은 달리 봐야 한다. 수용 제도의 뼈대는 ‘부동산’이며, 부동산의 핵심은 ‘토지’다. 그린벨트 등 간접수용마저 대부분 토지와 관련돼 있다. 그런데 토지는 국가 3요소(국민·주권·영토) 중 하나이자, 생산 3요소(노동·자본·토지) 중 하나이며, 인간생활의 3요소(의·식·주) 중 하나다. 더구나 한국은 땅이 비좁다. 토지의 공공성 때문에 헌법(제122조)도 국토에 대해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게 했다.
물론 국내 판례도 점차 재산권 보호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또한 용산 참사에서 이슈가 된 영세상인들의 권리금(영업허가에 따른 기대이익으로 볼 수 있다) 같은 경우, 보상 규정을 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사익도 사익 나름이다. 이들은 약자였고, ‘월가’ 같은 강자가 아니다. 민간 부문도 두 부류로 나뉜다. 이른바 99% 약자와 1% 강자다. ISD는 그동안 99% 약자가 이용한 제도가 아니다.
자영업자의 권리금처럼 국내에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여럿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해결책을 찾는 게 순리일 것이다. 태평양에서 밀려온 ‘쓰나미’에 휩쓸려 할 것은 아니었다.
number3@hani.co.kr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권정순 서울 서대문구청 인가자문위 위원(변호사), 김남근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변호사), 김성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김원보 가람동국감정평가법인 이사(감정평가사), 송기호 민변 변호사, 조재성 원광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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