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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다윈주의자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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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2010년 06월 01일 (화) Naked Capitalism 입스 스미스 economyinsight@hani.co.kr

Naked Capitalism 입스 스미스

세계적인 역사학자 사이먼 샤마(Simon Schama)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혁명을 몰고 올 만큼 커다란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학자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해 사회 전반에 분노의 기운이 축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위기 1막에서는 그 충격으로 사회 구성원이 두려움에 빠져 이리저리 우왕좌왕하게 된다. 정치적 구원자를 향해 몰려들거나 본능적으로 자기보호적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의 분노가 조직적으로 집결되는 단계는 아니다. 2막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객관적으로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인식 대상이 곧 진실이라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위태로울 정도로 소외된 대중은 최악의 상황에서 숨 돌릴 틈을 얻자 그들의 높아지는 기대감이 가차 없이 짓밟힌 상황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도대체 왜 임금과 재산은 늘지 않는지,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자명한 이치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기대한 것들이 모두 좌절됐다는 상황 인식과 함께 ‘다른 누군가’가 공공의 불행을 조작했음이 분명하다는 불만이 쌓여간다. 최소한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재정적 고통의 평등한 분담이 수반돼야 한다. 1789년 프랑스에서는 보통 시민이 된 옛 귀족들이 토지세 면제제도를 철폐하고, 자신들이 누리던 많은 특권을 폐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가지고 있던 보석을 모두 국고에 상환했다. 프랑스혁명 당시처럼 횃불이 환하게 타오를 일은 없겠지만, 2010년 실용주의를 표방한 정부는 역진적인 간접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최소한 긴급 예산안은 대중의 쓰라린 피해의식을 충분히 반영해 고통을 부담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샤마는 혁명의 냉혹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프랑스혁명에 대해 기술한 <시민들(Citizens)>이라는 저서에서 그는 피비린내 나는 고통스러운 혁명 과정을 명확하게 그려냈다. 그렇더라도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그의 기고는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 볼 때 많은 선진국 국민이 겪는 혼란의 정도를 축소하고 있다. 샤마는 높아지는 기대감을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게 된 것이 경제위기가 가져온 변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충격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움트는 혁명의 기운
심각한 경제위기는 영구적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연금 삭감처럼 과거에 맺었던 계약이 파기되거나, 저축이 바닥나서 현실적으로 은퇴 자금을 마련할 가망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편, 합리적인 임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확률도 낮아진다. 실업률이 치솟기 전부터 40세 이상의 사람들은 구직 전망이 불투명했다. 중년층이 은퇴를 위해 마련한 저축액의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렇다고 청년층의 상황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신규 대졸자 역시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진언을 믿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를 다녔다.
경제위기의 충격 속에 빠져 있는 많은 국가들은 이미 그들 사회를 지탱하는 구조의 붕괴를 겪고 있었다. 이번 위기 전부터, 그러니까 불과 40여 년(한 세대 반)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가에서는 사회적 유대관계의 해체가 진행되어 왔다. 재직 기간은 짧아지고, 근로자와 사용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도 약해졌다. 늘어나는 맞벌이 가족은 일과 양육의 부담 때문에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여력이 없어졌다. 발달된 기술 때문에 여가 시간을 보내기가 수월해져 시간이나 돈이 없는 친구들과 일부러 약속을 잡아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이혼율 급증 역시 결혼과 가족이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님을 보여준다.
영국 요크대학 부교수이자 <더 스피릿 레벨(The Spirit Level)>저자 케이트 피켓은 4월 ‘INET 컨퍼런스’에서 <그림>과 같은 그래프를 제시했다.

   
 
일본과 미국은 반대의 길로 갔다

그래프에서 일본의 위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독자는 미국이 디플레이션과 거의 0%에 가까운 장기 성장률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일본이 상대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평등한 소득분배를 이루는 나라다.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일본은 샤마가 지적한 고통 분담이라는 처방전을 따랐다. 미국, 영국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유럽 국가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갔다. 은행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을 실시하면서 일반 시민이 금융권의 고통을 떠안게 된 것이다.
2007년 6월 제임스 라드너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지적했듯이, 경제라는 자동차에서 바퀴가 빠지기도 전에 미국의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은 붕괴되었다. 그렇지만 결연한 선동과 홍보 활동 덕분에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최고의 국가라는 허구의 진실이 퍼져 있었다.
“별도의 두뇌 집단, 기업 대변인, 기업 친화적 언론인으로 구성된 느슨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인의 경제관을 형성한다. …이들은 이른바 ‘시장의 자유’가 전적으로 우리의 경제적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게 만든다. 시장의 자유란 민간 부분의 규칙은 민간 부분이 알아서 정하게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미화한 표현이다.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들인 결과, 그들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즉, 기업의 부정행위가 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에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라는 단어만 언급돼도 모든 논의를 중단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30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규제 완화와 민영화, 그리고 세금 및 수당 삭감으로 인해 2001년 이후 5년 연속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에도 국민이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서로 고립된 개인이 생존경쟁을 하는 ‘사회적 다윈주의자’의 천국을 만들어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소수의 재벌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죗값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번역 황은희

필자는 하버드대 출신의 유명 블로거로 주로 객관적 입장에서 경제 정책을 분석한다. 최근 금융 분야 최고의 블로그로 연속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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