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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향력 줄어야 ‘안전 경제’ 가능
[Cover Story] 새로운 금융 규칙을 위한 질문 6가지
[20호] 2011년 12월 01일 (목) 페터 다우젠트, 마르크 시어리츠 economyinsight@hani.co.kr

페터 다우젠트 Peter Dausend <디 차이트> 정치부 기자
마르크 시어리츠 Mark Schieritz <디 차이트> 경제부 기자, 금융시장 전문
 
1. 은행은 왜 규제돼야 하나?
은행을 규제할 새로운 법규정을 모두가 요구하고 있다. 은행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1월17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위치한 한 은행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은행 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은행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새로운 돈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금융거래를 통해 돈을 곳곳으로 퍼뜨리면서 기업·가계·국가에 자금을 제공한다. 이상적인 경우는 가장 큰 혜택을 창출하는 곳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은행이 시중에 자금을 많이 유통시킬수록 국가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부가 창출될 것이다. 이런 이론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금융부문이 선진화될수록 성장동력을 얻는다.
1970년대 이후 은행부문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는 단순히 조직적 로비활동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정치인들의 확신과 주류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해 은행 규제가 완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빌 클린턴, 영국의 토니 블레어, 그리고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의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집권한 1990년대에 은행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회민주주의 정부는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구성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는 금융산업의 힘이 막강해지면 국가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금융위기에서 지켜봤다.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영국 은행의 자산총액이 1964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34%인 데 비해, 2007년에는 무려 500배에 달했다. 현재 영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영국 은행의 대출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 아닌,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터지기 일보 직전의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사업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화의 재분배 과정에서 재분배 당사자, 즉 은행가들만 배를 불렸다. 은행가들은 은행 거래를 통해 돈을 번다. 은행은 고객의 거래로 상당한 수수료를 챙기고, 또한 수백만달러의 연봉까지 받는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은행 규제 법규가 제정된다면 이런 관행은 뿌리 뽑힐 것이다.
 
2. 실행되고 있는 은행 규제 제도들은?
정계 역시 은행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은행 규제와 관련해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무엇이 있는가?
은행 규제를 위해 시작된 것이 몇 가지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2008년 11월 정상회담에서 금융부문 재편을 위한 47개 조항 계획을 결의했다. 비공식 국제위원회에서 결의된 사항이 각국의 법규정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소요되겠지만, 그래도 47개 조항 중에 적잖은 조항이 처리됐다.
은행은 과거보다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즉, 은행은 과거보다 동일한 자본금으로 좀더 적은 신규 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은행이 과거보다 자기자본을 넉넉히 가지고 있으므로 손실을 입더라도 그럭저럭 메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은행이 손실을 입어도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 구제금융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게 됐다. 또한 감독기관은 금융기관 감독을 강화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조율과 협력을 통해 금융기관 감독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외에 독일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파산 은행과 관련해 좀더 간소한 청산 절차 법규정을 마련했다.
신규 법규정으로 은행 거래의 판도가 달라졌다. 직접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줄이는 은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투자 부문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기업, 일반고객 및 투자회사 등 고객의 위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와 고객용 금융솔루션 개발이 되었다. 고객용 금융솔루션에는 환율 변동에 대비한 금융상품이나 기업에 지속적으로 현금 수입을 보장하는 채권 발행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거래들조차 최근 도입된 규제책으로 인해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은행 직원 수천 명이 해고됐다. 2011년 2분기에는 골드만삭스의 투자의 귀재들조차 손실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부실 스캔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분야에 비해 여전히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금융 분야가 그만큼 높은 가치 창출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금융 분야를 진정으로 규제할 법적 조치를 제정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 11월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은행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은행을 해체하라, 부를 재분배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든 채 행진하고 있다.

3. 감독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감독기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감독기관의 향후 조치가 가져올 결과는 무엇인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비율을 크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도 금융위기 전처럼 더 이상 무분별하게 대출해줄 수 없다. 특히 감독기관이 호경기에는 대출을 제한하고, 불경기에는 대출을 늘리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법규에 의거해 대출량의 제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화폐 재분배에 대한 은행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의 유가증권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거나 투명성과 경쟁을 강화해 특정 금융상품의 거래 금지, 혹은 과도한 은행 서비스 비용 부과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이 도입하는 법규정은 은행뿐만 아니라 헤지펀드와 주택저축은행, 보험회사 혹은 투자펀드 등 금융기관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
이 법규정이 도입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적잖은 은행가들이 주장한다.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부문은 서슬 퍼런 감독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사회의 부는 늘어났다. 국가가 금융부문의 영토를 확장할수록 국가는 더 많은 책임을 졌다. 환율을 예로 들어보자. 제2차 세계대전 뒤처럼 국가 간 화폐가 연동된다면, 금융산업의 놀이터나 마찬가지인 외환거래의 숨통이 끊길 것이다. 유럽화폐동맹의 위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참여국들이 조율된 경제정책을 운용할 때 고정환율 시스템은 가동될 수 있다.
 
4. 업무에 따른 은행 분리는 가능한가?
독일의 사회민주당 당수 지그마어 가브리엘이 요구하는 것처럼 은행을 분리할 필요가 있는가?
은행을 분리하자는 주장에는 분명 장점이 있다.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가 말하는 은행 분리는, 일반고객 업무와 투자 업무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일반예금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반면, 자본시장에서 투자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고객 예금과 투자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므로, 국가는 투자은행이 파산하도록 내버려둘 여유가 있다. 영국에서 이 모델이 완화된 형태로 실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공항 이후 도입된 이른바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1933년 미국에서 은행 개혁과 투기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핵심 내용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다)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결국 폐지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은행도 투자를 잘못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수많은 독일 은행이 독일 통일 이후 옛 동독의 부동산에 투자한 뒤 실제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상업은행과 거래하는 투자은행이라면 비교적 소규모라도 파산할 경우 전세계 금융 시스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파산과 동시에 전세계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리먼브러더스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고객 예금도 없었다. 즉, 앞으로도 국가가 어쩔 수 없이 순수 투자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동시에 전세계 다양한 시장 간의 변동에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하는 은행만의 고유한 장점이 사라질 것이다.

   
지난 11월16일 한 시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사를 점거한 뒤 자신의 요구사항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5. 은행가들이 세계를 지배하는가?
은행 비판론자들은 ‘은행가들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은행가들은 실제로 그렇게 막강한가?
은행들은 조직을 잘 갖추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가 협회장으로 있는 국제금융협회(IIF)는 국제적으로 금융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외에 유럽금융협회를 비롯해 국가별 금융협회도 별도로 있다. 채권 발행, 기업 민영화, 혹은 지금처럼 구제금융을 할 때마다 정부는 은행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이 운용하는 연금기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는 금융산업은 이런 영향력을 도입하려는 법규정 완화에도 예외 없이 끼고 있다. 하지만 은행조차 규제 강화는 막을 수 없다. 로비스트의 힘도 로비 상대인 정치인이 허용하는 정도에서 발휘될 뿐이다. 현 시점에서는 ‘친(親)금융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정치인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하튼 현재로서는 정치가 은행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정치에 끌려다닌다는 데 대다수 은행가들이 공감할 것이다.
2008년과는 달리 2011년의 재정위기는 은행의 무분별한 거래 관행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정계는 2008년만큼 금융산업에 분노하지 않는다. 현재 은행은 투기성 투자 때문이 아니라, 국채를 과도하게 보유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편승해 정치는 최대한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정계가 금융자본주의 반대 진영에 서 있는 것이 설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계가 틀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규제 법안 논의는 정계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뉴욕·프랑크푸르트 등 전세계 각지의 점령시위는 그동안 달라진 사회적 의식을 여실히 표출하고 있다. 시민들은 금융자본주의 반대시위를 통해 은행의 저항 따위는 무시하라고 정계를 압박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08년만 해도 금융상품이 세금을 피해 다른 국가로 옮겨갈 위험이 있으므로 금융거래세를 전세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 뒤인 현재 메르켈 총리는 유럽과 유로존에서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의 은행 분리 계획이 기독교사회당에서도 두루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은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독일 국민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독일 정계는 금융산업 규제를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슈화할 생각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은행 분리를 차근차근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6. 각국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은행 규제는 각국의 법률과 국제적 공조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를 실행하는 이들이 바로 각국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은행의 안정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유럽의 정치권은 현재 여유가 없다. 국제적으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유럽 내부에서는 화폐동맹 핵심 국가들의 안정성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은행은 해결책의 일부분이다. 은행들이 피치 못하게 보유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 국채의 지속적인 감가상각을 감내하려면, 은행들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반면 금융기관은 그리스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합의된 그리스 부채의 21%를 포기하는 대신 30~50%를 포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그리스 부채 상환 포기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이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그리스 부채의 상환을 더 많이 포기할 경우, 재정위기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남유럽에 대거 투자한 프랑스 은행들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은행에 구제금융을 수혈해야 할 경우, 이미 경고를 받은 것처럼 프랑스의 최고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에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정치적 대재앙이 될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고 자금 지원 여력이 있는 국가들을 버팀목으로 하는 유럽의 구제금융 지원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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