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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삐 좨야 경제가 ‘밝은 웃음’
[Cover Story] 세계경제는 새로운 은행 위에 건설돼야
[20호] 2011년 12월 01일 (목) 우베 장 호이저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경제 시한폭탄’ 은행을 바꿔야 하는 이유
문제는 은행이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덩달아 주요 은행의 파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매입한 은행들이 국채 가치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기가 아직까지 금융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거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유럽의 다국적 은행 덱시아의 파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일 이 은행들이 문을 닫는다면, 그 후폭풍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신의 경제적 중요성을 빌미로 또다시 정부의 구제금융 등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돼야 할까. 은행들의 널뛰기 영업 행태를 수정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현재 은행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살펴봤다.  _편집자


우베 장 호이저 Uwe Jean Heuser <디 차이트> 경제부 편집장
 
시위에 참석한 사람은 6천 명 정도였다. 지난 10월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 주최 쪽은 6천 명이나 동참한 것에 한껏 고무됐지만, 금융산업에 반대하는 점령시위 참석 인원으로는 적은 수임이 틀림없다. 만일 독일 대학들이 소폭이라도 등록금 인상을 예고했다면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했을 것이다.
다만 놀라운 사실은, 적은 시위 인원 수에 비해 독일에서의 반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프랑크푸르트의 점령시위가 미국 뉴욕의 월가 점령시위와 남유럽 국가의 점령시위에서 촉발된 국제적 시위라는 점이다. 올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체 아랍권에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점은 분명히 고무할 만하다. 하지만 점령시위의 반향이 큰 이유는 훨씬 간단하다. 바로 점령시위가 주장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옳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7일 북부 잉글랜드에 위치한 노던록 은행 지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은행이 만든 리스크는 은행이 짊어져야
점령시위는 전세계가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한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정치와 사회에 주지시켰다. 금융산업이 자신의 배만 불리던 관행을 탈피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환골탈태해야 5년째 접어든 금융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탐욕스럽게 이익을 취하다가 금융위기만 닥치면 국가에 긴급 도움을 외치는 관행을 뿌리 뽑고, 스스로 만든 리스크는 직접 짊어지도록 금융산업을 철저히 재편성해야 한다. 또한 고객과 사회에 이익을 창출해야만 은행 임직원의 연봉을 늘리고, 손실을 입혔을 때는 연봉을 줄여야 할 것이다. 금융업계가 자율적으로 연봉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2008년 뉴욕에서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뒤에도 임직원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한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전세계 은행가들과 금융 종사자들은 여전히 고액 연봉을 챙겼다. 외환과 국채, 은행 주식도 거래 종목에 포함돼 있다. 또한 이익 창출과 상관없이 은행 임원들에게 보너스가 계속 지급됐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자기자본이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고, 도이체방크가 직접 손실을 메워야 하는 투기 거래량을 대폭 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계 대형 은행의 수익률은 여전히 높다. 또한 수익의 과실은 누리지만, 손해는 국가가 메워야 한다는 대형 은행들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 위기는 은행의 탓이 아닌, 재정위기를 부른 국가의 탓이라는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의 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아커만 회장은 분명히 전세계적으로 상위 클래스의 은행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리스가 국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을 만큼 내공을 갖춘 은행가다. 하지만 도이체방크는 유럽에 재정위기가 불어닥치기 전에 다른 금융기관들과 함께 남유럽 국가들에 아주 저렴하게 대출해주는 오판을 했다.
새로운 규제 법규가 제정되고 감독기관부터 달라져야만 금융산업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은행자동화기기 이후 금융계에 혁신이라고는 전무하다”는 명언을 남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폴 볼커 전 총재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전세계를 상대로 시시각각 새로운 대출상품과 투기금융상품을 만들어내며 숨가쁜 속도전을 벌이는 금융산업은 자신의 주위에서만 빙빙 돌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금융업계의 속도를 늦춘다면 금융계 임원들의 보너스는 증발해버리겠지만, 경제 전반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잘 돌아갈 것이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무조건 긴축재정을 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산업을 재편하려면 먼저 새로운 규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재정위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민주주의가 재정위기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무기력한 지원군이 아닌 앞장서서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음을 새로이 깨닫게 된다. 새로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의 청사진과 세부 내용이 일부 나왔지만, 실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은행 감독은 엄격하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상향 조정돼야 한다. 금융상품은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돼야 한다. 금융거래세는 고삐 풀린 시장의 속도를 늦추는 구실을 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협의의 의미에서 은행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다. 광의의 의미에서 펀드 및 금융기관의 자회사, 그리고 투자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길들이려면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금융업계 길들이기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거나 은행을 분리하는 양자택일을 한다. 이런 결정은 전세계 금융업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억 명의 투자자와 은행들이 법적 규제가 닿지 않는 무풍지대에 있는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거품은 헤지펀드에서 터질 것으로 내다보는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워싱턴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계속 투자할 수 있게 정부의 금융업계 규제 계획을 좌초시켜버린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유럽이 그리스의 구제금융에, 미국이 대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점령시위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프랑크푸르트의 금융 중심지에서 시위 인원 6천 명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점령시위대에 대한 공감대는 엄청나다. 좌파, 우파, 노동자, 기업 등 거의 모든 진영이 점령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또한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이 점령시위에 찬성 및 공감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단순한 포퓰리즘만은 아니다.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점령시위를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본다. 미국과 영국만 합류한다면 전세계가, 혹은 미국과 영국이 국내의 저항에 부딪혀 계속 주저한다면 유럽이라도 나서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국가별로 각개전투에 들어가면 된다.
 
위기 때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 땐 광풍도 없어야
금융업계 로비스트들은 은행을 규제하면 금융업이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전세계는 금융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호경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금융산업을 원한다. 그래도 독일의 금융산업은 현재 5년 전과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특히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정비는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서막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은행과 국가를 구제금융으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일반 예금자들이 사상 최저의 이자율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던 시절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이제는 물가가 안정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자초한 금융위기에 책임을 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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